오피니언

[동십자각] 구조조정 '전시효과' 우려

조영훈 금융부차장 dubbcho@sed.co.kr

[동십자각] 구조조정 '전시효과' 우려 조영훈 금융부차장 dubbcho@sed.co.kr 조영훈 금융부차장 “일할 사람까지 자르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한 금융계 인사가 최근의 인력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던진 관전평이다. 금융계가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빠졌다. 굿모닝신한증권이 일부 부사장에 대한 해임에 이어 영업력이 떨어지는 직원에 대한 ‘명예퇴직’을 단행했고, 외환은행도 강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수순으로 175명의 행원을 특수영업팀으로 발령을 냈다. 증권계에서는 한양증권이, 제1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추가적으로 명예퇴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거래소와 증권금융 등 증권 유관기관도 ‘명예퇴직’ 실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 구조조정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금융계에서는 최근의 구조조정 양상이 지난 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당시와는 다른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 당시는 부실 금융기관 퇴출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선제적 구조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조직원들의 반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올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은행장들은 내년 경영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한국씨티은행 출범과 강정원 신임 국민은행장 취임 등으로 인해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몸집줄이기’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증권업계도 LG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ㆍ대한투자증권 ‘주인찾기’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여건이 성숙해진 상황이다. 한마디로 금융계를 둘러싼 환경은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의 구조조정 양상을 보면 구조조정이 조직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전시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감을 지울 수 없다. 외환은행의 경우 1,000명이라는 구조조정 목표에 집착하다 보니 사실상 대기발령인 ‘특수영업팀’ 전보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40세 이상’ 직원을 명예퇴직 대상으로 정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인력 구조조정은 경영자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금융권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전시 효과’에 집착한다면 본말이 전도될 소지가 있다. 조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일할 사람’들은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dubbcho@sed.co.kr 입력시간 : 2004-10-31 16:33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