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경씨는 평범한 여대생이다. 지난주 어느 날 그 여대생이 국회의원회관으로 인사차 나를 찾아왔었다. 지난해 우리 사무실에서 인턴과정의 실습을 했던 학생이다.
차를 마시며 인도에서 열렸던 ‘제19차 세계자원봉사자대회’ 참가소식을 전해주었다. 세계경제규모 11~12위라는 코리아의 긍지와 2002년 월드컵 축구가 열렸던 해의 세계자원봉사자대회 개최국이라는 으쓱한 마음으로 대회에 참가했었다고 한다. 서울의 도심 롯데호텔에서 대통령의 축사까지 있었던 대회였다니까.
그런데 그들은 그 사실도 모를 뿐 아니라 코리아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관심도 없더라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심지어 김정일은 아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잘 알지 못하더라며 어처구니없어 했다. 그런가 하면 대만 참가자들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진출한 야구선수 한명을 화제로 금세 이야기꽃을 피우고 의기투합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세계무대에서 문화와 예술과 스포츠의 스타 한 명이 얼마나 큰 몫을 하는지를 다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바로 그날 국회 문화정책포럼에서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의 김도향씨를 만났다. 김도향씨는 대중문화, 특히 가요의 문화적 위력을 역설했다. 태평양전쟁 직후 ‘스키야키’라는 노래 한 곡으로 패전한 일본에 용기를 주고 일본인이 문화 민족임을 선전할 수 있었던 일본국의 노력과 지혜를 부러워했다. 지금 우리는 상업성만 지나치게 강조되는 가요문화의 이상한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그는 대중가요에도 투자가 있어야 하며 맥을 잇는 스타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로 그 하루 전날 나는 국회 문광위 소속 의원 5명과 함께 원주에 사는 박경리 선생을 찾아뵈었다. 우리 문단의 거목이시며 세계에 자랑해야 할 문호이신 박 선생께 웃음을 드리고 국회 차원의 지원으로 용기를 드리기 위한 방문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자랑할 문학인ㆍ학자ㆍ예술인ㆍ체육인이 세계 속에 우뚝 서도록 어떤 노력을 했을까. 고태경 학생의 마지막 반전의 말은 대회 참가자들이 카메라폰으로 기념사진을 찍기에 “그게 대한민국의 제품”이라고 응수했고 식민지배 하에서도 고유의 말과 글을 지킨 대한민국 국민은 대단한 민족이라고 했던 나이지리아에서 온 대회참가자의 말이 그나마 큰 위안이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