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규직의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내년 정책 핵심과제로 삼아 추진하기로 하면서 그 결과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입장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경우에 따라 해고요건 완화는 유야무야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만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노동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시급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처럼 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노사문제를 야기하는 새로운 갈등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규직에 대한 해고요건 완화 등 고용유연성 강화 방안에 대해 "기업의 근로자 정리해고 조건을 '긴박한 경영 사유가 있을 때'로 묶어둔 법을 최근 쌍용차 판례처럼 좀 더 폭넓게 인정해주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런 방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고용과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되는 내용 대다수가 기업 부담을 늘리는 방향이어서 실질적으로 기업 부담을 줄여줄 만한 내용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는 기업의 고용 비용을 늘리는 방안이 다수 포함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여객 운수사업과 철도사업ㆍ해상여객운송사업ㆍ항공운수사업 등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에서는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안전사고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중소기업의 경우 임금 일부가 지원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장 여력이 없는 기업의 경우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일반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비정규직 근무 기간의 경력도 인정해주도록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근무 기간 2년을 인정해 정규직 전환 직후에 정규직 3년차와 같은 임금을 받도록 하는 식이다. 기업의 고용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비정규직을 나쁜 일자리, 존재하지 말아야 될 일자리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가뜩이나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는데 고용 여건도 기업에 불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기업의 생존을 전제로 고용안정, 근로자 처우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며 "지금은 정규직을 과보호할 때가 아니라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