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구글 어스' 활용 자연재해 예측·전염병 확산 막는다

위성 영상 지도 서비스<br>화산재 이동경로 분석 항공기 안전운항에 큰 도움<br> 극지방 빙하 녹는 과정 보여줘 지구온난화 증명도<br>조류독감 국가별·지역별 확산경로 지도로 제작<br>바이러스 변이 예측, 백신 개발도 가능해질듯

구글 어스를 활용한 화산재 예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화산재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항공기 항로를 설정할 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동남아시아로부터 확산되는 경로를 구글 어스의 위성 이미지와 통합한 지도.

이 감정지도는 도시의 경관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적 반응을 보여준다.

일반인들에게 구글 어스(Google Earth)는 자신의 집과 회사 등 지구상의 이곳저곳을 육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위성 영상 지도 서비스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구글 어스는 단순히 지역 정보를 전해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연구장비다. 실제 전세계 과학자들은 현재 구글 어스를 활용, 각종 자연재해를 예측해 항공기 안전을 확보하고 지구온난화를 연구한다. 또한 조류독감의 변이 및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등 인류를 위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위성 영상 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는 전세계 여러 지역을 위성에서 촬영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일반인들에게 구글 어스는 미국 그랜드 캐니언에서 아마존의 밀림, 탄자니아의 세렝게티국립공원에 이르기까지 직접 가보기 힘든 세계 방방곡곡의 모습을 책상 앞에서 탐험해볼 수 있게 해주는 신기한 프로그램 정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구글 어스는 단순한 호기심 해결의 도구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자 자신의 이론을 수립ㆍ분석ㆍ검증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위성 영상을 활용하면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자연현상들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이 정보를 바탕으로 연구이론의 정확성을 높이거나 분석ㆍ검증 과정의 신속화가 가능하다. 이미 전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구글 어스의 힘을 빌려 국지적 또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를 효과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처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량의 3차원(3D) 입체 영상 데이터를 저렴하게 애니메이션화하려는 과학자들에게 구글 어스는 최적의 애플리케이션이 되고 있다. #자연재해 예측으로 항공 안전 확보 구글 어스와 과학 연구의 접목으로 가장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는 자연재해 예측ㆍ감시가 꼽힌다. 그중에서도 미국 알래스카대학 화산연구소의 피터 웨블리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화산재 예보 프로젝트(PPP)’는 구글 어스의 효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PPP는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의 이동경로를 예측, 항공기들의 안전운항을 확보해주는 프로젝트다. 화산이 폭발하면 수십㎞ 상공까지 화산재가 치솟는 것은 물론 바람을 타고 시속 수백㎞의 속도로 이동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갈 경우 기능 이상이 발생해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입자가 큰 화산재가 동체와 부딪히기라도 하면 항공기가 공중 분해되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 같은 사고를 막아주는 예보 시스템에 구글 어스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6년부터 연구팀은 구글 어스와 기상청 정보를 통합 분석해 폭발 위험이 높은 북태평양 화산들의 상태를 6시간마다 예보하고 있다. 또한 화산이 폭발할 때는 화산재 구름의 이동경로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ㆍ공급함으로써 항공교통 관제사들의 안전한 항공로 설정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허리케인 연구 프로젝트에서 운용 중인 ‘실시간 임무 모니터(RTMM)’도 구글 어스와 접목된 대표적 항공안전 시스템의 하나다. RTMM은 구글 어스를 통해 분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실시간 기상 영상을 연구용 항공기의 비행경로와 결합해 표시해주는데 항공기가 번개와 돌풍 등 돌발위험요인을 피해 허리케인에 접근하도록 도와주는 1등공신이다. NASA 마셜우주비행센터의 기상학자 마이클 굿맨 박사는 “과거에는 비행사의 능력에 의존해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RTMM 도입 이후에는 확고한 안전성을 유지한 채 최대한 가까이에서 기상현상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와 조류독감 감시자 구글 어스는 지구온난화의 결정적 증거를 포착하는 한편 이로 인한 만년설의 용해 예보에도 이용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DC)는 극지의 빙하 연구를 위해 위성 영상을 분석해왔는데 지난해 구글 어스를 활용해 북극 빙하의 이미지를 시간 순서에 따라 애니메이션화함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증명해냈다. 불과 2개월 동안 50% 이상의 북극 해빙이 사라졌음을 확인한 것. NSIDC의 월트 마이어 박사는 구글 어스를 가지고 머지않아 용해돼 사라질 또 다른 빙하를 예보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모든 인류가 피부로 느끼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린란드 빙하, 남극 라센B 빙붕, 알래스카 빙하, 영구 동토층 등 전세계 빙하 자료를 구글 어스에 통합해 애니메이션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구글 어스의 이미지에 기온ㆍ기후ㆍ해류 등의 데이터를 통합, 지구온난화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좀더 정확히 밝혀낸다는 복안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의 동물학자인 대니얼 제니스 박사는 인체감염 위험이 높은 H5N1 조류인플루엔자(AI)의 국가별 확산경로와 변이과정 추적에 구글 어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자신이 수년간 알아낸 H5N1 바이러스의 확산 및 변이 과정을 구글 어스의 위성사진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H5N1의 국가별ㆍ지역별 RNA 변화 지도를 제작한 것. 이를 통해 그는 H5N1 바이러스가 서쪽으로 퍼지고 있으며 인간 등 포유동물에게 감염 가능한 형태로 변이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확산 방식에서 조류 간 전염이나 철새의 이동이 아닌 조류 밀반입과 같은 비정상적 경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현재 제니스 박사 연구팀은 1,000여종의 AI 바이러스의 이동경로 추적에 나선 상태며 특정 약물에 대한 H5N1 바이러스의 지역별 저항력을 지도로 만들고 있다. 이 지도가 완성되면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 변이를 일으킬지 예측이 가능해져 그에 맞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합리적 도시개발에도 활용 구글 어스는 이처럼 환경으로 인한 재난을 막고 인간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주로 사용되지만 자연재해가 발발했을 때 구조계획 수립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현장 실태 파악이 어려운 재난 지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월 미얀마에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상륙,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자 유엔훈련조사연수원(UNITAR)은 나르기스의 이동경로 및 풍속, 홍수상황 분석 데이터, 미얀마 의료기관의 규모와 위치 등을 구글 어스를 통해 배포했다. 구글 어스는 지리정보와 인간의 감각 데이터를 결합한 감정지도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합리적인 도시개발 추진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실제 영국의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놀드는 도시 특정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적 반응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구글 어스와 통합, 세계 최초로 지리정보와 인간의 감정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한 쌍방향 지도를 만들어냈다. 이 감정지도를 보면 사람들이 공원이나 광장 같은 사회적 장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도로의 교차점에서 더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있어 도시계획의 기본지침 또는 합리적인 도시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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