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산가족 "북한의 가족 만날 희망 생겼다" 반겨

■ 남북, 대결서 대화모드로

상봉 대기자만 6만6292명… 통일부 등 문의전화 빗발쳐

"팽팽한 대치국면 끝나 다행"… 대부분 시민도 안도의 한숨

2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 이산가족 민원실에서 실향민인 최창호씨가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와 상담을 하고 있다. 정부는 남북한 고위급 회담 합의에 따라 다음달 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송은석기자

"북한의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 달려왔어요."

실향민인 최창호씨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 이산가족 민원실을 찾았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지만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혹시나 북한에 살아 있는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도저히 집에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담을 기다리던 최씨는 "휠체어를 끌고서라도 나오지 않으면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면서 "회담 결과가 좋게 끝나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반겼다.

남북이 나흘간에 걸친 고위급 접촉을 통해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는 소식에 가장 크게 기뻐한 이들은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이다. 7월 말 현재 상봉 대기자는 6만6,292명으로 이 중 80% 이상이 70세 고령자들이다. 원래는 12만명이 넘었지만 고령으로 사망하면서 6만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날 통일부나 대한적십자사 등과 같은 이산가족 상봉 관련 부처나 기관으로는 이산가족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평소 7개의 전화로 상담을 받는데 이날 전화가 풀가동됐다"며 "평소보다 문의가 많게는 10배 늘어 직원들이 오전 내내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받는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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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타결을 바라보는 시민들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북측이 명확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아 미진하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대부분 정부의 강경한 원칙대응이 북한을 상대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고 팽팽한 대치 국면도 해소된 데 크게 안도했다.

서울 관악구의 조모(30)씨는 "북한의 도발은 늘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특히 북한에서 잠수함 수십 대가 위치 파악이 안 된다는 등의 얘기에 긴장감이 예전과 달랐다"면서 "협상 타결로 긴장 국면이 누그러져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1)씨 역시 "전쟁은 절대 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불안감이 훨씬 컸다"면서 "대치 국면이 끝났으니 남북 간 화해가 이뤄질 수 있게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협상 타결 소식에 국내 증시가 반짝 반등하자 투자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직장인 강모(36)씨는 "중국 리스크와 남북 대치 국면으로 증시가 많이 빠져 걱정이 많았는데 그간의 낙폭 대비 소폭 반등한 것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북의 추가 도발 우려로 좁고 더운 대피소에서 생활했던 접경지대 주민들은 "이제야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고 환호했다. 연천군 중면 삼곶리 박용호 이장은 "협상이 잘돼 닷새 동안 대피생활을 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이 더 이상 포격 도발을 하지 않게 돼 집으로 돌아가 생업을 다시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이장은 "고령의 어르신들이 이제 맘 편히 집에서 지낼 수 있게 돼 너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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