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남는 경우다. 단기적으로 그리스 경제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신 그리스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부가 수용을 거부했던 엄격한 수준의 긴축 프로그램을 따라야 한다.
유로화는 계속 사용하되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방안도 있다. 이른바 '몬테네그로 방법'으로 불린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몬테네그로는 유로화를 쓰지만 유로존이 아닌 대표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긴급 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이 마비돼 그리스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통화를 도입해 이를 유로화와 연동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에스토니아가 지난 1992년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했을 때 독일 마르크화와 연동한 바 있다. 새로운 화폐 유통량은 그리스 외환보유액 규모만큼 제한하는 식으로 최근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는 58억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중앙은행이 마음껏 돈을 찍어낼 수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 수단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네 번째는 '듀얼 시스템'으로 드라크마화와 유로화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그리스 국채가 시장에서 유로화 채권에 비해 가치가 떨어진다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발생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들은 가치가 있는 유로화를 보유하려고 하면서 유로화는 시장에서 사라지고 사실상 드라크마화가 실질통화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드라크마화를 도입하는 방안이 있다. 앞의 네 가지 시나리오들이 천천히 전개되면서 궁극적으로는 그리스가 자체 통화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새로운 통화는 유로화나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은행들이 지급불능 상황에 몰리는 등 막대한 위험부담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새 통화의 약세로 그리스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낮추고 수출을 신장시켜 장기적으로는 그리스 경제에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