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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은 이번에도 1일이 돼서야 늑장 처리됐다.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지키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또 지켜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5년 만에 처음으로 여야가 합의처리를 이끌어내 2013년에는 상생의 국회를 기대할 여지를 남겼다.
◇ 추가 국채발행 없는 새해 예산안 합의=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학용 새누리당,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까지 계속된 물밑협의에서 정부 제출안(342조5,400억원, 지출액 기준) 대비 5,400억원 줄어든 342조원 규모로 새해 예산안을 짜기로 합의한 뒤 저녁에 계수조정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이를 본회의에 넘겼다. 새해 예산안 통과의 마지노선을 가까스로 지킨 셈이다.
특히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불거져 나온 추가 국채발행은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7조9,000억원) 외에 더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예결위 간사인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빚잔치를 한다는 말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여야는 전날까지의 감액분(4조1,000원)에다 예산을 추가로 약 8,000억원 감액했다.
당초 여야는 이날 오후2시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제주해군기지 및 무상급식 이슈 등에 대한 이견으로 오전 회의가 열리지 않은 탓에 밤 늦게야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특히 2,010억원 규모의 제주해군기지 건설예산을 두고 국방부 소관으로 하는 정부안을 따를지, 국토해양부 소관(민주당 주장)으로 할지에 대해 논쟁을 거듭했다.
◇ 법정처리 시한 넘겼지만 여야 합의로=이날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두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록 법정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한계는 있지만 5년 만에 여야가 합의해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지역구 예산보다 복지 분야 지출 문제를 놓고 싸움을 계속 벌였다는 점에서 비교적 건강한 논쟁을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18대 국회는 4년 임기 내내 현안 이슈에 발목이 잡히면서 여당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불명예를 안아야만 했다. 2009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여당이 일방적으로 상정한 것을 두고 야당이 사과를 요구하면서 파행을 겪었고 2010ㆍ2011년(4대강 예산 반영 문제), 2012년(한미 FTA 강행 처리)도 모두 정치 이슈 때문에 새해 예산안을 졸속 처리했다.
하지만 올해 여야는 복지 분야 증액 등에서 비교적 원만한 타결을 이끌어내면서 5년 만에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취임 첫해를 운용하는 예산인 만큼 이를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 야당의 '증세 논의'에 일정 부분 동의했다. 야당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부터 발목을 잡는 모양새를 보이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복지증대 등 실리를 꾀하는 전략을 썼다.
이 원내대표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 당선인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말을 잘 끝내야 한다"며 "여당이 책임 있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내년부터 더욱 신뢰 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박기춘 신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역시 "새 정부 출범에 있어 발목을 잡는다든지 그 밖에 출발점에서 문제 제기를 함부로 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밝혀 새해 예산안 합의 처리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