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월 26일] 불황기의 구조조정

구조조정이란 기업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편해 효율성을 높이는 일을 말한다. 구조조정을 회계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재무 구조조정과 자산 구조조정, 비용감축, 매출증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흔히 우리가 '구조조정' 하면 떠올리는 해고와 인원감축 등은 비용 감축에 포함된다. 지난 1997년 이전만 해도 구조조정이란 우리 사회에 생소한 단어였다.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오로지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닥친 IMF 강풍에 구조조정은 어느새 경기불황의 필수적인 수식어처럼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다가왔다. 부채를 줄이는 재무 구조조정, 채산이 맞지 않는 사업체나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자산 구조조정은 당연한 일이었고 비용 감축을 위해서는 인적 구조조정도 필수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필자도 경기불황 때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원감축을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보낼 사람이 떠오르질 않았다. 회사를 여기까지 키우기 위해 다 같이 고생한 사람들인데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쳤다고 누구는 남기고 누구를 내보낸다는 것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나의 인생 철학과 맞지 않았다. 모두들 한 집안의 가장으로 자식도 키워야 하고 부모님도 모셔야 하는데 이는 자칫 가족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날 고민한 끝에 인력감축 대신 임금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기로 하고 임직원들을 불러모았다. "이렇게 회사가 어렵지만 인원은 그대로 가겠다. 다 같이 공존해서 살아남아 더 좋은 시절을 기약하자"고 설득했다. 차라리 인원을 감축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아가며 원안을 강행했다. 그 결과 회사는 2년 만에 매출액이 30% 이상 증대됐고 임금은 낮아졌지만 오히려 생산성은 높아지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모두가 위기의식과 공존의식을 공유했기 때문이었다. 다짐을 새로이 하고 자세를 바꾸고 의식을 전환하니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리고 우리는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더 채용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가장 성공적인 구조조정"이라고 평했다. 현재도 우리는 아무리 어려워도 사람은 줄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안팎으로 어렵다는 아우성이 계속되는 시기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불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불경기를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일에 능숙한 직원들이다. 다시 호황이 왔을 때 그만큼 숙련된 사람들을 구하기도 어렵고 다시 그 자리를 메우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함께 위기를 극복한 인재들은 어려울수록 더 높은 애사심과 관록으로 실적을 창출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 기업일수록 더 큰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렵다고 고개 숙이지 말자. 우리는 세계 어느 누구보다도 빨리 IMF를 탈출한 저력을 가진 국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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