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경제해법, 불안해소부터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ㆍ한국규제학회 회장>

얼마 전에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올해과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더니 이제는 국제기구와 외국 금융기관까지 한국경제의 회복가능성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우리 경제가 올해 5%대의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우리 경제가 5%대의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라기보다는 5% 성장률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에 더 가까운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정부가 희망하는 5% 성장은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ㆍ사회혼란이 침체 부채질 무엇보다도 지금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4% 이상의 경제성장은 한국경제의 능력을 넘는 힘에 부치는 성장속도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아무리 5% 또는 그 이상의 성장기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하강하고 있는 한 5% 성장목표는 무리일 뿐 아니라 이를 억지로 달성하려고 하면 물가불안이나 국가부채의 증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처방은 재정지출 증가, 금리인하와 같은 경기부양정책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특히 공급능력을 증가시키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수단이 동원돼야 한다. 그러나 경기부양책이든 공급능력 제고든 아무리 좋은 정책방안이 나오더라도 한국 경제가 되살아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이라도 그 나라가 정치ㆍ사회적으로 안정돼 있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은 뭐니 뭐니 해도 그 나라의 정치와 사회가 안정되고 국가안보에 대한 불안이 없어야 가능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혼란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융성할 수도 없고 융성한 적도 없다. 경제적으로 낙오된 나라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거나 국론이 분열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않고 질질 끌거나 정치적 갈등과 내란에 빠져 지리멸렬하거나 아니면 아예 정부가 인기주의ㆍ영합주의에 빠져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밑천을 다 들어먹은 나라들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지도력의 상실이 경제침체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 경제전문가들과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한국경제를 어떻게 하면 되살릴 수 있을까를 놓고 다양한 정책처방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런 처방들은 일단 우리나라가 정치 사회적으로 안정된 후에나 효과가 있을 뿐이다. 정파ㆍ지역ㆍ계층ㆍ세대간 갈등이 날로 심해지고 있고 극렬분자들이 준동하고 도심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는 나라에서 경제가 잘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금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 아니다. 정치ㆍ사회적 혼란이 경제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투자자ㆍ기업 안심 시켜야 하루 빨리 정치적ㆍ사회적 혼란을 잠재우고 국내외적으로 만연돼 있는 한국의 정치ㆍ사회ㆍ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다. 아무리 대통령과 장관이 ‘불안해 할 것 없다, 안보는 튼튼하다, 우리 사회는 안정돼 있다’고 외쳐도 기업인과 투자자ㆍ소비자들이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먼저 국내외 투자자들과 기업인ㆍ소비자ㆍ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책임이다. 과거사 규명, 보안법 폐지, 수도이전도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밥그릇을 깨면서까지 추진할 일은 아니다. 추진하더라도 정치ㆍ사회적 혼란과 국민불안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경제정책이고 이 방법 외에 한국경제를 되살릴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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