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박주탁 수산그룹 회장(로터리)

옛날 우화 중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이야기가 있다. 서생원들은 고양이를 경계하기 위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방울소리가 나면 먼저 대피하기로 했다. 그러나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실제로 실행이 안될 때 흔히 이 우화를 원용한다.최근 금융시장에는 통화공급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리가 속등하고 부도율이 급증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한보부도사태 이후 자금시장 경색과 연쇄 부도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신축적인 통화운영과 함께 통화공급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와 어음부도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어 정부의 금융 안정화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자금시장의 이상기류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한편에선 남아도는 돈이 고여 있고 다른 한편에선 돈이 돌지 않아 자금난이 극심해져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자금시장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불황이 장기화되고 부도방지협약의 부작용이 겹치고 여기에 금융통화정책 부재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더해져 왜곡된 자금시장이 풀리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대체로 우수 중소기업은 담보능력은 취약하나 기술력 및 성장성에 장점이 있다.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이러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육성이 필요하나 현실적으로 기업평가에서는 성장성보다는 담보여력을 중요시하고 있어 대기업 위주의 금융지원이 일어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부정책은 한국 금융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시장경제원리상 외부의 조건이 같다는 전제하에 정책을 펴야 하나 우리나라 금융특성상 금융정책보다는 신용평가기관 평가능력의 발달, 벤처기업 활성화 등 이면적인 문제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아무튼 시장금리의 속등과 어음부도율 상승, 그리고 자금시장의 양극화현상 심화 등을 잠재우는 고양이 방울을 누가 달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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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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