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레노버가 '비공개'로 분류된 블랙베리의 회계장부 열람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다른 소식통들도 레노버가 블랙베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왕성한 식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며 "(만약 인수가 현실화된다면) 중국 기업이 서양 기업을 인수하는 또 하나의 거대하고 주목할 만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휴렛팩커드(HP)를 제치고 세계 최대 PC제조업체가 된 레노버는 PC산업이 사양길을 걷자 다른 수익원 창출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최근 양위엔칭 최고경영자(CEO)는 WSJ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레노버가 블랙베리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4.7%(2ㆍ4분기 기준)에서 6.9%로 뛰어 LG전자(5.1%)를 제치고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도약한다.
다만 레노버가 블랙베리를 인수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블랙베리는 미국 국방부와 연방정부에서 널리 쓰여 미국 정부가 국가보안을 이유로 인수를 쉽게 허락할 것 같지 않고 캐나다 정부 역시 국익에 반하는 피인수에는 가차없이 불가 판정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블랙베리 인수에는 대주주인 캐나다 페어팩스, 미국 서버러스 등 사모펀드와 공동 창업자인 마이크 라자리디스 전 이사회 부의장과 더글러스 프레긴 전 부사장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랙베리의 입찰은 다음달 4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