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시장 이대론 안된다] 호가제도 효과 "글쎄"

시행 3개월 됐지만 역외세력에 취약

‘실시간 환율을 안 알려주면 역외세력과 급락을 막을 수 있다더니 어찌 된 거요.’ (K중소기업 사장) 호가제도 시행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환율이 최근 가파른 급락세를 보이자 기업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임원진이 수시로 환율을 물어보는데 실시간으로 보이던 체결가가 보이지 않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며 “실시간으로 환율을 보여주지 않으면 급락도 없다더니 환율은 왜 자꾸 떨어지는 것이냐”며 못내 짜증스러워했다. 외환당국은 지난 2월 국내 대형 은행들이 10~20전 수준의 수수료를 따먹는 복덕방식 중개사 역할에 머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을 고치기 위해 ‘호가제도 개선’을 골자로 하는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호가제도란 은행간 시장 참여자에게만 실시간 환율을 제공하고 기업과 역외거래자 등 대고객 시장 참가자는 은행이 제시하는 별도 환율을 30분 단위로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의 하부구조를 고칠 경우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이 완화되고 역외거래자의 무임승차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역외거래자들이 국내 외환시장 진입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쏠림현상은 물론 역외세력에 공격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 범주에는 국내 외국계 은행의 해외지점도 포함이 되는데 이들은 얼마든지 은행간 시세를 은행 내부 시스템상이나 보이스박스 등을 통해 실시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해외지점에서 실시간 가격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데 역외에 호가를 차단해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관련 제도가 효과를 거두려면 올 하반기 예정된 물량공개 및 수수료 할인 등 보완대책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아직 시행 초기라서 기대효과가 뚜렷하지 않지만 후속대책들이 실시될 경우 달라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환율 호가방식은 국제적 관행으로 장기적으로 환율의 적정가격 형성과 유동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급락세가 지속되는 환율 앞에서는 국제적인 제도도 빛을 바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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