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리스 경제기행/적자투성이에도 삶에 “여유”

◎평균퇴근시간 2시… 예금엔 관심없어/지하경제가 전체 45% “불합리한 천국”철학을 비롯 물리, 수학, 의학 등 근대 과학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고적 1호인 아크로폴리스를 비롯해 제1회 근대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올림픽경기장, 그리고 세계 최고의 대학인 아카데미아등 수많은 문화유산으로 인해 서구문명의 요람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리스는 여행자에게 신비감과 함께 환상을 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겨울에도 꽃이 피는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 의료및 교육의 완전 무료화, 연금등 각종 사회복지제도를 덤으로 생각하면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명퇴 등으로 전전긍긍해 하는 한국적 분위기와는 너무도 차이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현실의 그리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그리스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우선 그리스의 주요 경제지표부터가 뒤죽박죽인 듯한 인상이다. 그리스는 분명 소비국가다. 지난해 수출은 57억달러인데 비해 수입은 4배나 많은 2백29억달러로 무역적자가 무려 1백71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또한 세입은 7조2천40억드라크마(1백드라크마는 원화로 약 3백40원)인 반면 세출은 9조8천4백30억드라크마로 극심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실업율은 평균 10%대를 웃돌고 있으며, 외채는 3백41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리스의 경제현실이 이처럼 낙후된 것은 낙천적인 국민성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스 사람들은 개인통장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그다지 반가워 하지 않는다. 이때문에 은행에 가서 줄서는 법이 없다. 그리스 사람들은 자정이 다된 하오 11시30분경 저녁식사를 하러나와 새벽 1시면 피크를 이루고 새벽 3∼4시까지 즐기는데, 이 때문에 직장에 출근하면 커피를 마시며 잠을 깨고, 시에스타를 통해 부족한 잠을 해결한다. 퇴근시간인 보통 하오 2시경 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이러한 불합리성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박왕 오나시스가 심장병으로 죽었을 때 그리스 사람들의 반응은『돈 있으면 무엇하냐, 죽으면 그만인 것을』이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그리스 사람들의 생각 한편에는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무기력에 대한 일말의 걱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관련, 그리스 사람들은 적자투성이의 아테네은행을 지난 93년 우리나라의 한화그룹이 인수해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것에 부러움과 함께 재인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를 고민하고 있으며, 그리스의 유력 경제지인 유러피언 비지니스는 대우그룹이 루마니아 투자순위 1위라는 내용을 부러움에 찬 눈으로 기사화하기도 한다. 그리스 사람들은 한국과 한국사람들에 대해「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돈이 많은 나라, 그러나 일만하고 놀 줄은 모르는 국민」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시각은 그리스 사람의 잣대에 의한 다분히 자기중심적 시각이며, 성실히 일하는 것과 적절히 휴식을 취하는 균형의 미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아닌가 하는 생각이다.<정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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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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