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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잇단 규제에도 집값 천정부지… 부동산발 신용버블 터지나

개발업자 가격 담합 속 은행마저 대출 부추겨<br>3월 신규대출 1조달러로 GDP 절반 육박<br>건설관련 업종 부실률 치솟아 경제 전체 위협

최근 중국 베이징 시즈먼에 설치된 춘계 주택 전시회장이 부동산 투자정보를 얻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의 중심가인 시즈먼에서 열린 춘계 주택 전시회.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장사진을 이뤘다. 11일 개막한 전시회는 첫날만 4만2,000명이 다녀갔고 4일 동안 25만명이 찾았다. 중국 정부가 최근 '국5조(國五條)'라는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을 내놓고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매기는 등 강한 압박을 가했지만 중국인들의 부동산 사랑은 좀처럼 식지지 않는 듯 하다.

이 날 전시회에는 주로 20~30대 젊은 부부들이 많이 보였다. 전시회측 통계에도 관람객 57.2%가 20~30대였다. 하지만 전시회는 젊은 부부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전시회에서 만난 양후이씨 부부도 눈만 호강을 했다며 발길을 돌렸다. 양 씨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1년이나 기다리며 집을 사는 것을 미뤘지만 집값은 떨어지지를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양씨의 말처럼 전시회에 출품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베이징 지역 아파트의 가격은 1㎡당 2만1,200위안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에 이어 리커창 총리까지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닫고 있다. 4월말 이후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당국은 큰 소리를 치지만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이 중국의 신용버블로 이어지며 중국경제를 위험에 빠지게 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과 개발업자가 만든 부동산 리스크=중국의 부동산 시장 버블은 개발업자와 은행의 합작품이다. 특히 부동산개발업자의 가격 담합은 횡포 수준이라고 홍콩 밍바오는 지적했다. 춘계 주택전시회에 나온 베이징 차오양구의 신규 아파트의 경우, 개발업자가 당초 제시했던 분양가를 하루만에 1㎡당 2만위안에서 2만4,000위안으로 올려버렸다. 예상보다 수요가 몰리면서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고 배짱을 튕기는 셈이다.


은행은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화를 사업기회로 삼아 부동산 대출을 대폭 늘렸다. 인민은행이 발표한 시중은행들의 1ㆍ4분기 부동산 담보 대출 잔액은 12조9,800억위안으로 직전분기에 비해 7,103억위안이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액은 전체 은행 대출 증가액의 27%로 전분기에 비해 증가액이 2배 이상 늘어나며 지나치게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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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은행들의 3월말 기준 부동산 관련 대출액은 토지개발잔액이 1조400억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21.4% 늘었고 건물개발대출잔액도 3조2,000억위안으로 12.3% 증가했다. 개인주택구매잔액은 8조5,700억위안으로 17.4%늘었다. 결국 1ㆍ4분기 금융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푼 통화량이 대부분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원인 중 하나도 경기부양을 위한 유동성 관리가 실패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장다웨이 중위우안부동산 총감독은 "도시화 추진을 다그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부동산개발 대출을 조용히 늘리고 있다"며 "늘어난 대출은 부동산 시장을 들뜨게 만들어 가격상승을 이끌고 다시 대출수요를 창출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고조되는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가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중국의 리스크라면 부동산은 눈에 뻔히 보이지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뇌관이다. 짐 채노스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 회장은 "중국의 신용증가율이 버블을 야기하고 있다"며 "3월 중국의 신규 대출이 1조 달러를 넘어섰고 이를 연율로 계산하면 GDP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채노스 회장은 중국의 신용버블을 키우는 원인으로 부동산 시장을 지목했다.

일단 중국 정부는 신용증가율은 안정적이라고 강조한다. 24일 중국은행감독위는 지난해 말 은행들의 자산총액 133조6,000억위안 중 부실대출 잔액은 1조700억위안으로 부실률이 1.56%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특히 시중은행의 부실대출잔액은 지난해 연초보다 647억위안 늘어난 4,929억위안으로 부실률은 0.95%에 불과해 안정적인 신용관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부실대출의 증가 속도다. 경제참고보에 따르면 1ㆍ4분기 시중은행의 부실대출 비율은 0.99%로 전분기말보다 0.04%포인트 늘었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제조업, 즉 시멘트ㆍ철강 업종들의 부실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게 우려 요인이다.

실제 지난해 말 은행 대출 가운데 시멘트ㆍ철강 등 건설관련 제조업의 부실률은 2.5%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월가의 닥터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는 최근 "중국 정부가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혁추진과 신용버블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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