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응답하라 통합의 시대

■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김영사 펴냄)

한계 다다른 자본주의 분리의 시대… 경쟁서 공존으로 축적서 순환으로…



무한경쟁으로 공유자원 약탈… 끝없는 탐욕에 現체제 와르르
유대관계 붕괴… 영혼 빈곤함…
공유자원 최소화·지역화폐 등 단순 제도 아닌 의식 전환 포괄
통합 중심 새 경제모델 제시


'천국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지구의 표면을 나눠 갖듯 천국의 표면에 대해서도 사유재산 제도를 시행해 절대 소유권을 나눠 가졌다면, 지금 천국을 어떻게 돼 있을까.'(71페이지)

인류는 소외와 경쟁, 결핍과 공동체의 파괴로 점철된 쩐(錢)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정된 파이는 나눠야 하고, 고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더 많은 몫을 챙기고, 경쟁에서 뒤처진 누군가는 소외되고 단절된다. 부의 감소보다 더 심각한 유대관계의 감소, 경제적 빈곤함보다 무서운 영혼의 빈곤함은 그렇게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망령이 되어 버렸다.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는 이 같은 '분리'의 이야기를 토대로 자라온 경제 체제를 파헤치고 분리를 통합으로 회복시킬 새로운 돈과 경제 모델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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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이후 돈과 경제라는 개념이 구현해온 이야기는 '분리'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현재의 화폐 시스템은 제한된 자원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구현하고 있다. 돈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이자에 의해 그만큼의 빚이 수반되고, 빚이 공급되는 돈보다 항상 많을 수밖에 없는 지금의 시스템은 무한 경쟁과 양극화, 탐욕을 잉태했다. 이자 빚을 갚기 위해 남이 가진 부를 빼앗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해야 한다. 새로운 무언가는 무엇인가. 원래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던 공유자원을 약탈하고 훼손해 돈으로 바꾸는 게 그 정체다. 벌목된 숲이 종이가 될 때마다, 이웃끼리 서로 아이를 돌봐주는 대신 보육시설에 맡길 때마다 세상에 돈은 늘어나고 경제성장률은 높아지지만, 공유자원은 훼손되고 관계는 단절된다. 문제는 공유자원 역시 한정돼 있다는 점. 돈으로 바꿀 공유자원이 바닥을 드러내면 이 시스템은 한계에 처할 수밖에 없다. 오염과 관계 상실 속에 현재의 시스템이 붕괴 될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저자가 경쟁에서 공존으로, 축적에서 순환으로, 분리에서 통합으로 전환하는 '신성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그는 돈이 그동안 해 온 이야기가 '분리'였다면 끝없는 성장 신화가 무너진 지금 한계를 드러낸 이 낡은 이야기에서 벗어나 '통합'과 '관계'라는 새로운 이야기와 시스템을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은 단순한 제도를 뛰어넘어 의식의 전환을 포괄한다. 예컨대 캐나다 뉴펀들랜드 대구 어장에서 30만 톤의 대구를 어획할 권한, 미국 오갈라라 대수층에서 매달 3,000만 갤런의 물을 끌어다 쓸 권한 등을 화폐화해 공유자원 사용을 최소화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식이다. 저자는 지역 경제를 보호하고 공동체를 되살리는 지역 화폐,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둘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역(逆) 이자 화폐, 채굴되지 않은 석유나 잡아올리지 않은 물고기 같은 공유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화폐, 사회와 환경에 끼치는 손해를 가격에 반영하는 비용의 내부화, 화폐 영역의 축소로 인한 경제 역성장 등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이들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재산의 부당함을 바로 잡고 공유자원 착취에 내재하는 소수의 다수 착취와 미래 착취를 바로 잡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비현실적인 이상주의'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저자는 "우리는 지금과 같은 세상에 너무 오래 길들어 다른 식의 세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고 일침을 놓는다. 2만5,000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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