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과학자가 'RNA'(리보핵산)를 이용해 암(癌)과 유전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있다.
미국 베크만연구소(Beckman Research Institute of the City of Hope) 김동호(44) 박사는 지난 3년간의 연구 끝에 암과 유전질환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간섭RNA'(siRNA.Small interfering RNA) 기술을 개발,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고 상업화에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김 박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그 의미를 인정받아 지난해와 올해 2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표지논문으로 발표됐으며 이 분야 권위지인`핵산연구(Nucleic Acid Research)' 인터넷판 8월호에도 실렸다.
그동안 RNA는 DNA가 자체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 사용되는 중간자 정도로 여겨졌지만 2000년대초부터 단백질의 발현 과정에서 세포의 기능을 총괄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구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이 중에서도 단백질 합성과정에 참여하는 `siRNA'는 세포 안에서 특정유전자가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현재는 생명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번에 김 박사가 질병 치료에 이용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한 것도 바로 이 siRNA다.
특정 유전자의 단백질 합성을 막는 역할을 하는 siRNA를 만들어 몸 속에 주입하면 암이나 유전질환, 에이즈(AIDS) 등도 치료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이용한 것이다.
즉 siRNA가 모든 유전자의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지 않고 특정 유전자의 발현만억제하기 때문에 유전병, 암, 바이러스질환 등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억제하는데 선택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siRNA가 이번에 처음 시장에 나온 것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21개 뉴클레오티드(RNA를 구성하는 단위)로 만들어진 siRNA가 시장에 나왔지만 효율성이 낮고몸 속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단점 때문에 상업화에 적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김 박사가 개발한 siRNA는 27개 뉴클레오티드로 새롭게 만들어져특정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는 효율성이 최대 100배까지 높아진 데다 몸 속 전달의문제점도 개선함으로써 각각의 약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박사팀은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최근 항암제와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 `셀로넥스 파마슈티컬'을 미국에 별도로 설립했다.
김 박사는 "siRNA 시장은 올해 연간 1억달러에서 2009년에는 약 10억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면서 "암에 걸린 쥐에게 SiRNA와 `리포좀'을 함께 주사하자 암세포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는 "김 박사의 기술은 사람의 질병치료 뿐만 아니라 식물의 병충해 예방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크다"면서 "상업성이 매우높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