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클래스300기업 중 하나인 샘표는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성별·종교·학교·학점·어학점수를 일절 보지 않는 '5무(無) 열린 채용'을 실시해 약 30여명의 신입사원을 신규 채용했다. 최초 지원자 수는 9,000명을 넘어서며 최종 입사 경쟁률은 263대1에 달했다. 샘표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1년부터 공채 경쟁률은 매년 65대1, 135대1, 203대1 등을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라며 "대기업의 채용규모 감소, 업계 최초의 열린 채용, 중소기업으로서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파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27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못지않은 입사 경쟁률을 자랑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 채용시장이 오랜 기간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청년들이 공정한 채용제도, 브랜드 인지도, 우수한 근무여건, 향후 성장성 등 고유한 장점을 가진 알짜 중견·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심각한 청년 구직난을 반영한 세태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신입 취업 경쟁률이 100대1을 넘어서며 대기업 못지않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중견·중소기업은 상당수에 이른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정부에서 선정하는 예비 히든챔피언이라 할 수 있는 월드클래스300기업 중 골프존(500대1), 위닉스(150대1), 대원강업(200대1) 등의 입사 경쟁률이 100대1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대기업의 입사 평균 경쟁률은 약 85대1 수준이다.
중소기업 특성상 정규공채를 실시하지 않는 작은 기업에도 청년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시채용제도를 운영 중인 모닝글로리의 해외사업팀과 재무팀의 경우 지난해 입사경쟁률은 각각 350대1, 215대1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자리가 더 많은 디자인 인력 부문은 80대1이었다. 모닝글로리의 한 관계자는 "디자인 인력의 경우 전년도에 떨어진 지원자가 다시 지원한 경우도 상당수고 전반적으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조사하고 지원하는 구직자들이 많았다"며 "대기업은 아니지만 업계 선도기업으로서의 브랜드 파워, 신입사원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이 실제 제품으로 출시될 정도로 과감한 역할 분담, 철저한 휴가 보장 등 중소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장점이 구직자들에게 어필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취업난을 덜 겪는 이공계 학생들이나 소위 말해 '스펙 좋은' 인재들이 점차 성장성이 뛰어는 중견기업으로 몰리는 것도 눈에 띄는 흐름이다. 화장품·의약품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인 한국콜마의 입사 경쟁률은 2012년도 이후로 32대1, 55대1, 76대1 등을 기록하며 매년 상승 추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124명 채용에 9,449명의 구직자가 몰렸다. 전체 선발인력 중 제조·연구개발 등 이공계 출신 신입 비중이 절반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한국콜마 인사총무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규공채 때는 해외대학 출신이 전년 대비 28% 증가했고 약사·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분야의 자격증을 보유한 인재도 채용됐다"며 "연구개발에 어느 회사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매년 20% 이상의 고성장을 거두는 회사라는 점이 지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과거에 대기업 취업만 지원하던 서울 주요 대학들도 어느덧 우수 중견·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대표적으로 숙명여대와 한국외대는 각각 중견기업 취업대비반과 중소기업 취업전략 종합지원 컨설팅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성균관대는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우수기업 취업박람회, 중견기업 WEEK 등을 지난해 성황리에 개최했다.
성균관대 취업장학팀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 졸업생들 취업률이 매년 최소 2%씩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올해 역시 우수 중견기업 취업행사를 다양하게 개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