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로 야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면서 예산안 처리가 안갯속이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많은 오해도 빚어지고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문일답 식으로 예산의 '오해와 진실'을 정리한다.
1. 야당이 예산심사 거부하면 정부안대로 처리?
그렇지 않다. 여당이 단독처리해도 총 326조1,000억원의 정부 예산안 중 3조원 이상은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에도 여당이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강행처리했지만 올해 정부 예산안 310조여원 중 2조5,000억여원은 감액하고 2조여원은 증액됐다. 올해는 한나라당에서 3조~4조원 규모의 복지(무상보육ㆍ기초노령연금 인상, 대학장학금 확대 등)예산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예산 총액을 1조원 증액하자고 주장하나 대체로 증액분만큼 삭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류성걸 기획재정부 차관은 1일 기자와 만나 "정부는 예산안의 범위에서 삭감과 증액을 했으면 하고 (한나라)당이 안을 정하면 당정협의를 갖고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2. 민주당은 예산심사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니다. 민주당 예결위 계수소위 위원들도 개인적으로는 참여를 희망한다. 홍재형 국회부의장이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공개적으로 원내외 병행투쟁을 주장한다. 그래야 당에서 주력하는 민생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고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확보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당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과 국회와 여당 지도부의 사과와 사퇴, 여야 간 예산안 합의처리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여야 간 접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3. 12월 9일 정기국회 만료일까지 꼭 처리해야?
꼭 그렇지는 않다. 18대 국회에서 여당의 3년 연속 강행처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파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여당이 한미 FTA 강행처리 방식에 대한 사과 등 야당의 등원명분을 주며 이달 중순까지 임시국회를 연다면 합의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다. 하지만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와 만나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에 이어) 예산안마저 날치기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러보라지"라고 말해 타협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민주당 지도부가 야권 통합에 목을 매는 것도 등원에 장애물이다. 실제 민주당은 1일 한나라당이 9일 만에 심사를 재개하려던 계수소위를 "여야 지도부의 합의 전에는 안 된다"며 저지했다.
4. 올해도 여야 합의처리 가능성은 없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법정기한(12월2일) 준수가 물 건너간 만큼 9일 본회의 처리가 바람직하나 추가로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해도 큰 문제는 없다. 물론 예산안이 통과돼야 순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나 다른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의 내년 살림살이도 확정할 수 있고 서민 민생예산 집행도 사전에 준비할 수 있어 신속히 처리하는 게 좋지만 여야 합의로 짜임새 있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예년에는 12월 말에 처리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정갑윤 국회 예결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민생예산 집행을 준비해야 하고 총선 예비후보 등록도 13일부터 시작돼 예산처리를 연말까지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5. 상임위서 증액한 11조5,000억여원은 반영?
아니다. 계수소위에서 상임위 증액분은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국회는 재정부의 동의 없이는 증액시킬 수 없다. 물론 정치권과 정부가 감액과 증액에 대해 서로 원하는 부분을 타협하게 된다. 올해는 상임위에서 11조5,000억원 이상 순증(감액 8,300억원가량 포함)됐는데 감액분은 대체로 계수소위에서 통과되지만 증액분은 참고용이다. 다음해 6월 재정부가 예산안을 가편성할 때도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상임위 증액분은 재정부에서 반영되지 않은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공기업, 의원들의 예산을 반영시킨 것이다.
6. 쪽지예산이 모두 나쁜가?
꼭 그렇지는 않다. 흔히 지역구 개발과 민원성 예산을 쪽지예산이라 하는데 여야정 간에 충분히 협의해 합리적인 것은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난해 말의 경우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오더를 받고 단독처리로 방향을 트는 바람에 여당 계수소위 위원들이 증액심사도 해보지 못한 채 당의 주력사업과 쪽지예산을 그냥 재정부에 넘겼다. 그 과정에서 실세와 계수소위 위원 등의 지역예산은 챙긴 반면 복지와 템플스테이 예산 등이 빠져 곤경을 치렀다. 물론 야당도 실세와 계수소위 위원들은 어느 정도 지역사업을 챙겼으나 당이나 소속 지자체장의 역점사업은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