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화학 기술도 연구비 투자와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10년내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에 이를 수 있습니다.”
김충섭 한국화학연구원장은 국내 화학기술이 고분자, 전자, 정밀화학 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능성 신소재와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의 경우 기술수준이 50%에 머물러 있고 의약품 개발은 무려 30여년이라는 힘겨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기술은 그 자체로는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섰지만 미래의 유망 첨단기술 분야인 `6T`와의 융ㆍ복합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인정받고 있는 분야다.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는 바이오기술(BT)와 융합해 새로운 치료제와 생체재료를 개발한다거나, 환경기술(ET)과 어우러져 환경오염을 개선하고 치유하는 녹색 화학기술로 발전해 가는 일 등이 모두 화학기술의 몫이다. 전자기술과 접목한 화학전자소재, 광촉매를 이용한 광화학소재 등 미래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원장은 이러한 `신화학기술`(New Chemistry)의 수요에 대비해 힘을 쏟고 있는 연구과제로 크게 생체화학분자, 나노화학소재, 친환경화학 등 3개 분야를 들었다. 가까운 미래에 6T 산업 발전을 떠받칠 수 있는 기반기술을 마련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선정한 핵심 전략분야다.
김 원장이 연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기업과의 적극적이고 긴밀한 연계다. 기업이 참여한 과제를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매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이전 설명회를 개최한다. 연구원이 보유한 기술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필요한 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은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도 진정한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구현하려는 범국가적 노력과 함께 가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현을 내걸고 신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부처간 협조와 조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죠.”
김 원장은 정부정책이 실효를 거둬 대덕 연구단지에 자리잡은 출연기관 연구원들도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하며 연구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신바람나는 연구 풍토가 자리잡으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