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부터 금융회사를 한 번만 방문하면 연금저축계좌를 옮길 수 있게 됨에 따라 100조원 규모 연금저축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주식시장 상승세와 맞물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금저축펀드로 상당수 가입자가 이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관련 마케팅을 준비하는 반면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하는 보험(연금저축보험), 은행(연금저축신탁)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연금저축 계좌이체 간소화 조치로 76조7,910억원에 달하는 연금저축보험, 14조4,000억원 규모인 연금저축신탁에 비해 6조원대에 불과한 연금저축펀드의 점유율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입자의 이동이 예상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익률이 상품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6월 기준 10년간 누적수익률은 △연금저축펀드 42.55% △연금저축신탁 41.54% △생명보험 연금저축보험 39.79% △손해보험사 연금저축보험 32.08% 등의 순이었다. 특히 최근 1%대 초저금리로 연금저축신탁과 연금저축보험의 수익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 비해 연금저축펀드는 주식시장 상승에 힘입어 양호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투자 업계는 연금저축보험에서 상당수 가입자의 이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순주 한화자산운용 마케팅본부 부장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연금저축보험에서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며 "상당수가 수익성을 찾아 연금저축펀드로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금융투자 업계의 연금저축계좌는 계좌 하나로 여러 개의 펀드에 투자할 수 있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증권사의 연금저축 고객 유치를 위한 현금 캐시백 및 상품권 증정을 비롯한 경품 등 각종 판촉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키움증권은 100만원 이상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한 고객에게 현금을 캐시백 형태로 매수 금액별로 차등 제공하고 있고 NH투자증권은 신규 및 계좌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현금 300만원을 입금해주는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오는 7월 말까지 연금저축계좌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최대 17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도 6월 말까지 최대 10만원의 상품권을 계좌이전 고객에게 지급한다. 신한금융투자도 현금 캐시백 및 고급 화장품, 모바일상품권, 영화시사회 티켓 등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특판 상품도 연금저축 고객 유치 수단으로 활용된다. KDB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은 각각 연금저축 신규 및 계약 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연 3.5% 수익률의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타사에서 계좌이전 고객에 한해 특판RP 가입 한도를 2배까지 확대 제공한다.
반면 가입자 수성에 나서야 하는 보험·은행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특히 보험 업계는 연금저축 시장에서 총 76.1%를 차지하고 있어 고객 이탈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로 연금저축 상품이 그 자체만으로는 회사 수익에 큰 도움이 안 되지만 고객 기반 유실에 대한 보험사의 우려가 크다. 다른 보험상품과의 연계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다 향후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연금계좌는 보험사의 다양한 수익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고객이 찾아오면 대면 설득을 통해 이탈을 방지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방법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며 "펀드형 상품의 경우 장기적으로 원금손실 가능성이 큰데도 최근 증시 호조만 강조해 과열 마케팅 조짐이 벌써 감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