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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재계 떠오르는 '뉴리더']한진ㆍ한화ㆍ두산
신·구 조화 통해 새로운 도약시도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후 불어 닥친 험난한 구조조정의 파고. 이를 어렵사리 헤치고 나온 중견그룹에게 '뉴리더'발굴 작업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마련하기 위한 핵심 토대였고, 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그룹 인사에 그대로 묻어났다.
오너 친정 체제를 공고하게 구축하면서도 동시에 세대 교체를 이끌어낸 것은 바로 이 같은 환경에 대응하면서 '새 술'을 담기위한 정지작업이었다.
그러면서도 환갑을 넘긴 원로 경영인들을 그룹의 '어드바이저'로 여전히 중용, 세대 교체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한 것은 중견그룹에서 두드러진 '신구의 조화'로 해석된다.
◇ 한진
3월15일 한진중공업 주총. 이우식 조선부문 사장은 이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전사장은 한진중공업 모태인 옛 대한조선공사에 지난 62년 몸을 담은 국내 조선산업의 산 증인. 조중훈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며 그룹의 대표적 1세대 경영인으로 꼽혀왔다.
한진중공업은 이 사장 후임에 72년 대한항공에서 출발, 그룹의 정통 인사통으로 잔뼈가 굵은 김정훈 부사장을 앉혔다.
한진 안팎에선 이제 그룹의 지배구조가 조중훈회장과 '양호(대한항공)-남호(중공업)- 수호(해운)-정호(금융)'씨 등 '부자간 후계구도'와 맞물려, 급속한 세대 교체의 흐름을 타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그 대표적 인물은 심이택 대한항공 사장을 양 축에서 보좌하는 이종희 부사장과 이원영 부사장. 69년 입사한 이종희 부사장은 여객영업부문서만 20여년 근무한 이 분야 전문가다.
월드컵 전담기구 본부장도 맡고 있어 '차세대 리더'로 가장 먼저 꼽히는 인물이다. 이원영 부사장은 72년 입사해 20여년간 화물 관련 부서를 두루 거쳤다.
상황 판단이 정확하고 선이 굵어 이종희 사장과 쌍벽을 이루는 리더군이다.
이밖에 김찬길 한진해운 사장, 최원표 한진해운 수석부사장 등도 핵심 리더로 꼽힌다. 김찬길 사장이 위기관리 능력을 겸비한 내실경영으로 한진해운을 이끌어 간다면 최원표 수석부사장은 현장 경영으로 김 사장을 보좌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 한화
한화그룹은 아직 올해 인사를 일단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의 최대 미래 역점 전략인 대한생명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생 인수 결과가 그룹 인사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금융통이 전면에 부상할 전망.
이런 연유로 안창희(54) 한화투신운용 사장은 차세대 리더중 한명으로 꼽힌다. 안 사장은 그룹내에서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 받으며 99년 한화투신 사장을 맡은 이후 수탁고를 2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성공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
차세대 리더군으로 꼽히는 또 한명은 대생 인수팀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이용호 전무. 그룹 구조조정팀장을 김연대본부장을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의 경험을 살려 그룹의 해외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에서는 대생 인수에 성공할 경우 대생 지배 구조에 대대적인 변신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외부 영입도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부분을 맡고 있는 김정(58) 한화유통 갤러리아백화점 사장도 손꼽히는 리더다.
지난 99년 대표이사를 맡은 후 동양백화점 인수, 갤러리아 천안점 개점 등을 통해 전국적인 유통망을 만들어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 두산그룹
두산은 올해 그룹의 지배구조에 또 한번의 변화를 꾀했다. 4세대 오너십을 전면에 등장시키면서 세대 교체의 바람을 다시 한번 불어 넣은 것.
지난 22일 고종진(65) ㈜두산 부회장, 조사홍(65) ㈜두산 주류BG 부회장, 민경훈(64) 두산건설 부회장을 회장으로 발령한 것은 지배 구조 변신을 불러오는 제2의 신호로 풀이됐다. 이들은 박용성ㆍ박용오회장 등을 측근에서 보좌해오며, 두산에서 잔뼈가 굵은 원로 전문경영인.
이어 23일 중공업 이사회에선 윤영석 사장을 부회장, 김상갑 수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사장은 77년 한국중공업에 몸을 담은뒤 2000년 자회사인 HSD 전무로 갔다가 두산이 한중을 인수한 뒤, 수석부사장으로 영입된 인물. 정통 '한중맨'이다.
다른 임원보다 나이가 젊은데도 수석부사장에 이어 사장으로 발탁되는 등 차세대 리더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했다. 사실상 중공업의 핵심 리더 역할이 기대된다.
두산이 꼽는 또 한명의 '차세대 리더'는 전풍(48) 오리콤 사장. 전 사장은 지난 2000년 8월 두산 주류BG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옮긴 후 산소주를 히트상품 반열에 올려놓은 마케팅 전문가다. 박성흠(53) 두산 식품BG 사장도 관심을 모은다.
박 사장은 종가집김치의 매출을 1년만에 62%나 성장시켜 식생활부문 부사장을 맡은 지 1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두산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해 10월 경영전면에 등장한 '창업 4세대'의 활약상.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40) 상사BG 사장과 두산중공업의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차남 박지원(37) 부사장이 주인공. 이들은 삼촌인 박용오 회장, 박용성 부회장, 박용만 사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오너다.
김영기기자
조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