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스페인 억류 미술품 고국 품으로

"미술작품은 엄연한 문화적 재산입니다. 왜 우리 것을 두고도 못 가져오는 겁니까? 그게 꼭 돈 때문인가요?" 지난 2008년 스페인 세비야 비엔날레(이하 BIACS)에 출품한 뒤 2년 넘게 작품을 돌려받지 못하는 한 미술 작가의 푸념이다. 당시 전시됐던 한국 현대미술 주요작가 13명의 작품 40여 점은 유럽 경제위기로 BIACS가 부도를 맞으면서 운송비 미지급을 이유로 현지에 억류돼 있다(본지 4월10일자 보도). 항구의 컨테이너에 작품들이 유치(留置)된 사실이 미술계 안팎에 알려졌음에도 여전히 돌려받을 방법을 찾지 못해 작가들만 전전긍긍할 뿐이다. 대금 미납의 주체인 BIACS가 사라졌고 한국 측 예술감독이 작고한 지금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법은 외교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세비야 비엔날레'에 세비야 시(市) 정부가 관여됐던 만큼 시를 상대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3억원 정도의 운송비 때문에 추정가 40억원 이상의 작품들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한국 작품에 대한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도 현지 영사관이 나서주기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현지 운송업체 '인테아트'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ㆍ중국의 작품까지 볼모로 잡고 '개별작품을 내주지 않겠다'고 버티는 터라 외교적 해법이 더욱 절실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요청도 고려해볼 만하다. 혹은 문화부가 스페인문화원과 협력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미술계가 조급해 하는 이유는 오는 9월이면 이 작품들이 스페인으로 들어간 지 만 3년이 돼 현지 관세법상 소유권 자체가 이전되기 때문이다. 100년 뒤를 한번 상상해 보자. 스페인 항구도시의 허름한 창고에서 21세기 초 한국 현대미술품들이 대거 발견됐다. 뒤늦게 이를 안 한국이 반환을 요청하자 '왜 이제야 묻느냐'는 반박에 할말을 잃고 만다. 프랑스에 있던 외규장각 의궤가 14일 돌아왔고 다음달에는 일본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실 의궤가 반환될 예정이지만 이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과 노력이 들었던가. 빼앗긴 역사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듯 잃어버린 역사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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