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안주 투자·소비 '골병'
[한국경제 지금위기다]정확한 경기진단 시급
계속된 誤診에 경제정책 역효과
저성장 履歷의 효과
정책방향 전환할때
경기 사이클이 지난 2001년 8월에 정점을 지난 후 3년째 바닥을 다지지 못한 채 가라앉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경기진단을 정확히 하지 못해 병을 악화시킨 때문이라는 지적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의사는 병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정부가 낙관론에 빠져 있을 때 병세가 깊어졌고,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아픈 곳이 투자는 물론 소비 부문 전반으로 확산됐다. 여기에다 사회의 갈등적 요소, 집권여당 일각의 비(非)시장적 발언 등이 쏟아지면서 기업인과 가진 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 경제에 정신병마저 들게 했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에가 한국경제의 좌편향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명예회장이 ‘의식의 혼란’을 걱정한 것 등이 한국경제가 심리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우울증ㆍ무기력증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재경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현재의 불황국면은 성숙한 발전단계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해 생긴 구조적 현상”이라며 ‘일본형’ 또는 ‘아르헨티나형’ 장기불황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부 고위당국자의 이 같은 인식은 위기에 대한 해법을 사회ㆍ산업구조의 변화에서 찾는 ‘소극적 관리’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불행하게도 정부 당국자들이 진단하는 시스템 리스크를 넘어 합병증 단계로 치닫고 있다. 더 이상 치유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기 전에 종합진단과 처방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민간에서 나오고 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정부는 물론 학계에서조차 기업들이 왜 투자를 하지 않고 고용이 왜 늘지 않는지를 모른다”고 일갈했다.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진단의 오류’에 빠져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입력시간 : 2004-07-26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