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상처에 9월이 신음하고 있다. 강렬한 빛으로 과실과 알곡이 여물여야 할 계절이 수마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에도 맑은 하늘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주말께나 평년의 기온과 날씨를 되찾을 것이라는 예보다.정치와 경제 상황도 날씨와 비슷하다. 월드컵 4강이라는 감격을 기회로 연결하지 못한 채 정쟁이 격화하고 경제도 불투명하다. 특히 물가가 들먹이고 부동산이 요동치며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주의 화두는 '안정'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부동산 가수요 억제를 위한 각종 대책과 함께 수도권에 대규모 택지를 제공한다는 공급 확대방안이 이번 주중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는 주초인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물가안정대책 장관회의가 열어 물가를 총점검하고 부처간 협조체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물가는 국민의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서민생활 안정대책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강력한 물가안정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지표중에서도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할 8월중 생산자 물가동향이 주목된다. 소비자물가가 8월중에 전월대비 0.7%나 상승, 지난해 3월 이후 17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데 이어 생산자물가까지 들먹일 경우 물가불안 심리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자물가는 환율 하락이라는 인하요인이 있지만 수해피해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 상승세의 영향으로 지난 7월에 기록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이 2일 내놓을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관심 대상이다.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이미 3개월째 급속하게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얼마나 더 나빠질지가 관심거리다.
재경부가 지난주 발표한 2002년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각계의 반응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한나라당이 3일 세법개정안 관련 간담회를 열고 야당의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며 대한상의도 4일 롯데호텔에서 세법개정과 관련된 조찬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제가 불투명한 가운데 여야의 극한대립도 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주말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불발의 뒷처리와 병풍 공방이 9월의 정국을 어지럽힐 것으로 예상된다.
권홍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