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기업 지배구조와 자율성

[발언대] 기업 지배구조와 자율성 정영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최근 국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논의되고 있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기업지배구조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또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삼성에버랜드 판결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도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미국에서도 엔론이나 월드컴 사태 등을 겪은 후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회사 내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등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법 판결 중 하나로 꼽히는 '오비츠(Ovitz) 사건'도 기업지배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사건은 월트디즈니(Walt Disney)사의 회장으로 취임했다가 1년 남짓해 퇴사한 마이클 오비츠가 회사로부터 무려 1억4,000만달러의 퇴직금을 받은 것과 관련, 이사들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가 문제가 됐다. 어느 국가나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기업의 내부 조직구조에 대해서는 공법적 규제를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행정부가 광범위하게 직접적인 공법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이 정치ㆍ사회ㆍ경제적 외부환경에 대응하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돼온 측면이 적지않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일찍이 자본시장이 발달,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필요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지배구조에서 은행이 하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유럽은 그 반대의 경우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은행보다는 보험회사 등 제2 금융권이 지배구조에 상당한 역할을 하면서 대규모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지배구조가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적정하며 사회ㆍ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한가의 문제다. 미국식 또는 유럽식 기업지배구조가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이상적인 모형이 될 수는 없다.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공정거래법상의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문제, 출자총액 제한 문제, 금산법 등에 접근할 때도 선험적인 판단보다는 기업지배구조가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실증적 분석에 기초해 냉정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입력시간 : 2005/10/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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