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9월 24일] 월스트리트가 붕괴됐다고?

위기설에 휩싸인 미국 1ㆍ2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자구책으로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한 21일 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은 회사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앞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감독을 받아 아주 깨끗한 대차대조표를 지니고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금융기관으로 평가받게 될 것 입니다.” 블랭크페인 회장의 발표문을 뒤집어본다면 그동안은 골드만삭스는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과다한 차입을 일삼고 회계사조차 알 수 없는 복잡한 회계장부로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통한의 반성처럼 여겨진다. 세계 금융의 심장부이자 미국 금융자본의 상징인 월가 금융기관이 줄줄이 무너지자 금융 한국의 미래 좌표가 흔들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형 IB의 모델로 삼은 메릴린치가 붕괴되고 세계 최강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골드만삭스마저도 상업은행으로 진로를 수정한데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느끼는 허탈감은 십분 이해가 간다. 월가의 아이콘인 IB가 실패한 금융 모델이라고 판가름이 난 마당에 한국이 이를 추종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 또한 타당성이 없지는 않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오는 2009년 3월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을 보류하거나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거 보라’며 월가 금융기관의 붕괴에 신자유주의의 종말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 물론 2조달러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자체를 단순한 ‘시장의 실패’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백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금융위기에 미국 금융자본주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오고 그 방향이 시장방임에서 규제강화로 이동할 것임은 분명하지만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의 기조는 여전히 건재하다. 월가의 금융 자본주의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치면서 수많은 금융기관이 명멸하고 수많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스스로 진화해왔다. 월가 금융기관이 망했다고 해서 월가가 축적한 노하우와 네트워크ㆍ인재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형 IB모델을 둘러싼 논의는 바람직하지만 미국식 모델이 실패했다는 예단을 가질 이유는 없다. 나아가 리스크를 떠안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식의 접근은 더더욱 안 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하려면 싫든 좋든 월가 IB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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