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금리 인상을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아시아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리토 카마초(사진)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회장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직후인 지난 18일 오전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시장 애널리스트의 70%가 금리 동결을 예상해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놀라운 뉴스는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카마초 부회장은 필리핀 태생으로 실무경험과 국제적인 금융감각을 두루 겸비한 금융인이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필리핀 재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2005년부터 크레디트스위스에 합류했다.
그는 이번 연준의 결정이 아시아 국가에 좋은 소식이면서도 나쁜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까지 아시아 지역의 금융 시장이 중국 경기 둔화와 외환 시장의 불안으로 흔들렸는데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반면 금리 인상이 뒤로 미뤄지면서 앞으로 시장에서 금리 인상을 둘러싼 여러 억측이 제기될 수 있고 이런 과정에서 시장의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악재"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연내 또는 늦어도 내년 초가 유력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 연방정부와 은행에 적용되는 금리는 동결됐지만 미국의 10년물 이상 국채 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는 시장이 연내, 혹은 내년 초에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카마초 부회장은 미국이 실제 금리를 올리더라도 아시아 지역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출렁일 수는 있겠지만 전세계에서 아시아 지역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금리 인상 국면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 한국·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의 환율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적으로 보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스마트한 장기 투자자금은 단기적인 변동성이나 불확실성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과 지역을 찾아갈 것"이라면서 "아시아 지역이 바로 여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시아 지역은 전세계에서 성장 전망이 가장 밝은 곳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아시아 지역의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60%, 아시아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 GDP의 40%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마초 부회장이 투자처로서 아시아에 주목하는 가장 큰 변화의 특징은 '소비하는 아시아'다. 그는 "지난 10년간 중국·인도 등 아시아 주요 국가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메이드 인 인도(Mande in India)'처럼 글로벌 경제에서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수출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수 소비를 늘리는 쪽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경제에 의존하지 않고 아시아 역내에서 스스로 성장동력을 키워나간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카마초 부회장은 아시아 지역 사람들의 구매력이 증가하고 경제 구조도 수출에서 내수 쪽으로 변화하는 만큼 소비재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투자자로서 매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국가의 유망 섹터와 그 안에 속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국가의 경기 변동에 취약한 인덱스 투자는 급등락이 반복될 수 있지만 그 나라 안에서 유망한 산업을 정해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면 변동성과 관계없이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아시아 지역은 앞으로 소비가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재 사업이나 리테일 비즈니스, 소비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