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40년만의 희망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너무나 심각하다. 지난 2004년 말 현재 인구의 47.9%가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대로 가면 오는 2011년에는 50%를 넘어서고 2030년이면 인구의 약 54%가 수도권에 살게 될 전망이다. 영국은 수도권 인구가 12.2%, 프랑스는 18.7%, 일본도 32.6%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지난 40년 동안 공장입지를 규제하고 대학정원을 동결하는 등 각종 규제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왜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계속 악화될까. 규제 위주의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의 한계라고 본다. 양질의 교육 기회, 취업의 기회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아무리 정부가 억제해도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우수한 대학, 좋은 기업들이 지방에 분산돼 있다. 코카콜라의 본사는 애틀랜타에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본사는 시애틀에 있다. 하버드대학은 보스턴에, 스탠퍼드대학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50㎞ 떨어진 교외에 있다. 스위스의 경우 금융산업은 취리히에, 화학공장은 바젤에 있다. 이렇게 우수한 대학과 좋은 기업들이 분산돼 있으면 균형발전의 고민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고 수도권 집중 문제를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경쟁력 자체가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지방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면 지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176개 기관의 직원 수는 약 3만2,000명이며 가족들과 연관 산업 인구까지 감안하면 약 33만명의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방에는 약 13만개의 일자리 창출되고 생산유발 효과는 약 9조3천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약 4조원에 이른다. 일부에서 가족들은 수도권에 남고 ‘기러기 아빠’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필자가 지난 2년간 관세청장 재직 시절에 대전청사 약 5,000명 직원들의 거주형태 조사결과를 보니 90% 이상이 가족과 함께 이주해 살고 있으며 단신부임은 약 7.4%에 불과했다.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이다. 수도권은 지옥 같은 교통난ㆍ환경난에서 벗어나 질적으로 성장해야 하고 지방은 공공기관 이전, 기업도시 형성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호 협조하고 노조와 정부간에도 서로 협력해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공공기관 이전이 반드시 성공하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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