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와 talk talk] "직원들 독후감 덕에 법정관리기업 일으켰죠"

김상도 파워넷 시장<br>독후감 읽은 거래처서 여신 제공<br>생산물품 95% 삼성전자 공급<br>올 법정관리 벗어나 투자 유치할것


망해가는 기업이 있었다. 6개월이나 임금이 밀려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사무실 여기저기에는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널려있었다. 이 회사에 법정관리인으로 부임한 사장은 낙담한 직원들에게 엉뚱하게도 책을 나눠주고, 독후감을 써내라고 명했다. “내가 무슨 중고등학생이냐”며 직원들은 반발했다. 사장의 채근이 이어지자 억지로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 직원들. 그들의 독후감은 회사를 일으키는 밑거름이 됐다. 김상도(59ㆍ사진) 파워넷 사장은 법정관리기업인 파워넷에 처음 부임해 임직원의 마음을 어떻게 열었냐는 질문에 이런 일화를 들려줬다. 김 사장은 “서두칠 당시 한국전기초자 사장(현 동원시스템즈 부회장)이 쓴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를 나눠주고, 독후감을 제출하라고 했죠”라며 “그 독후감을 책으로 만들어 수백 개 거래처에 한 권 씩 보냈습니다. 열심히 할 테니 밀어 달라고요”고 말했다. ▦서 부회장의 책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한데요. -서두칠 당시 한국전기초자 사장이 총부채가 4,700억원이나 되는 회생불능의 한국전기초자라는 기업을 3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켜 영업수익률 1위 기업으로 만든 신화 같은 얘기지요. 파워넷도 3년만 날 믿고 따르면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선 최소 2개월 이상의 여신이 필요했는데, 이 독후감을 읽은 일부 거래처가 여신을 주기 시작했어요. ▦파워넷은 어떤 회사지요. -파워넷은 2000년대 초만 해도 국내 PC시장에 들어가는 SMPS(switching-mode power supply)의 90%를 공급하는 기술력 뛰어난 업체였습니다. SMPS란 발전소가 교류상태로 가정에 공급하는 전력을 각 전자기기 회로에 적합한 직류전압으로 변경시켜주는 전원공급기를 말하죠. 하지만 중국산과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적자에 허덕이기 시작했고, 결국 오너가 파산 직전 춘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한 겁니다. ▦처음 와서는 어디서부터 손 댈지 막막했을 텐데. -우선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주문했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재행무상(諸行無常),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회사가 오늘은 어렵지만, 내일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회생 경영의 초점은 무엇인가요. -선택과 집중입니다. 여러 거래처를 다 정리해서 삼성전자로 단일화 했습니다. LCD 제품 가운데 가장 많이 생산하고 비싼 제품이니까요. 지금은 생산물품의 95%를 삼성의 전세계 16개 공장에 공급합니다. 삼성전자는 원래 법정관리기업과 거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외에요. SMPS 공급업체 가운데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기 다음으로 기술력을 인정 받아요. 원자재는 30%나 오르는데, 제품가격은 계속 떨어지니 우리 같은 1차 납품업체는 부품업체와 대기업 중간에서 정말 힘듭니다. 그래도 파워넷은 생산단가를 10~20% 떨어뜨려서 2006년 드디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지요. 제가 처음 왔을 때 60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35명이 합니다. ▦대우 출신이신 걸로 아는데요. -대우무역에 20년 가까이 근무했고, 임원 돼서 대우전자에서 5년 근무했습니다. 대우부도 후에 중소기업 전문경영인을 시작했지요. 파워넷에 오기 전에도 어려운 기업 2곳에서 CEO를 지낸 경험이 있습니다. 법정관리인은 항상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오너가 없으니까 자신의 경영철학대로 할 수 있는 건 오히려 장점입니다. ▦본인의 경영철학은. -일단 정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천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요. 동시에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판단 한 번 잘못하면 망합니다. 통찰력을 가지고, 모든 책임은 CEO가 진다는 자세가 필요해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종업원에게 민주주의보다 약간의 독재적인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대신 애정을 가지고 직원들 후생과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하고요. ▦올해 초 재선임되셨는데, 앞으로 파워넷의 목표는. -지금은 인원이 너무 적어서 삼성관련 R&D만 합니다. 하지만 더 도약하기 위해선 R&D투자를 늘리고, 직원도 더 뽑아야 합니다. 빨리 법정관리를 벗어나서 외부투자가를 유치해야 정상적인 투자와 대출이 가능합니다. 파워넷의 올해 목표는 외부 투자자를 찾는 것입니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하고요. 직원들과 약속한 대로 ‘2015년 월드 베스트 SMPS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파워넷은
SMPS 뛰어난 기술력… 삼성전자 우수 협력사 파워넷은 지난 88년 모태인 일산전자로 시작된 커넥터를 생산하던 중소기업이다. 97년 SMPS(switching-mode power supply)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2002년 삼성전자 우수협력사로 선정되고, 2004년 LCD모니터용 IP보드(Integrated power board)를 생산하는 등 성장기에 진입했다. 하지만 신규사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2004년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매출은 2004년 443억원에서 2005년에는 177억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김상도 대표이사가 2005년 1월 법정관리인으로 취임한 후 파워넷은 재기를 위한 대수술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영업대상을 삼성전자에 집중해 여기저기 분산된 제품라인을 단순화했으며, 회사 내에는 경영혁신위원회를 설치해 혁신목표와 실행결과를 철저히 체크하는 등 침체된 기업의 분위기를 쇄신했다. 그 결과 2005년 바닥을 찍었던 매출은 2006년 226억원, 2007년 291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당기순이익도 2006년 흑자(3억원)로 반전, 지난해엔 1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파워넷의 목표는 매출 350억원, 당기순이익 3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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