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말뿐인 `SW 살리기`

소프트웨어(SW) 살리기가 결국 구두선에 그치나. 공공기관이 지식산업 제품을 발주할 때 가격과 기술을 8대2로 평가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을 우선 적용하도록 국가계약법을 지난해 12월 고쳤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싼 제품만 찾는 기존의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제도 개선 이후 110개 공공기관에서 실시된 SW 입찰을 조사한 결과 무려 70.9%에 달하는 78곳에서 기존의 최저가입찰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문은 물론이고 서울시의 `시민 사이버 정보화 교육시스템` 등 지방자치단체까지도 최저가를 고집했다. 특히 솔선수범해야 할 정보통신부는 우정사업본부 사무자동화 전산장비 유지보수용역에서 이를 외면했다. 지난해 힘들게 고쳤던 국가계약법의 `우선 적용` 규정이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 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공기관의 구매 담당자들이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을 외면한다는 게 문제다. 구매 담당자가 “왜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최저가 입찰을 하지 않았느냐”는 감사원 문책을 우려해 골치 아픈 것을 미리 피한다는 얘기다. 물론 국가 예산을 최대한 절약해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칭찬받을 일이다. 재정경제부도 국가계약법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예산 절약`의 중요성을 감안해 `의무화` 하는 대신 `우선 적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근시안적인 정책 시행으로 인해 우리나라 지식산업이 뿌리 내리지 못하는 사태가 온다면 우리의 미래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정보기술(IT)산업의 주력시장은 메인프레인컴퓨터에서 PC로 다시 휴대폰으로 이동해왔다. 앞으로는 모든 전자제품이 디지털화하는 포스트PC가 주력이 될 전망이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SW산업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차세대 기기들은 하드웨어보다도 SW가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외산 SW 점유율은 86%에 달하고 있어 대부분 외국산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겨우 보안ㆍ기업용 부문에서 그룹웨어, 일반용에서는 워드가 자존심을 살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SW산업은 영원히 살아날 수 없다. SW산업 살리기가 정책이나 제도를 손질했다고 금방 이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식산업 제품의 경우 감사원 감사에서 “왜 기술 중심의 입찰을 실시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는 토양 마련이 시급하다. <오현환기자(정보과학부)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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