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3부. 기업 맘껏 뛰게 하라 <6> 한국형 노사협력모델 마련을

글로벌 경쟁시대 분규는 망국병… 법 준수·상생 문화 만들어야<br>60년 무파업 도요타 엔저 업고 잘나가는데<br>현대차 특근거부·파업 1조 생산차질 등 홍역<br>극단적 불법투쟁 자제 노사자율로 갈등 풀고 정부는 중재자 역할만


현대자동차는 요즘 노조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규직 노조의 주말 특근 거부에 따른 후유증에다 사내하청 노조마저 총파업에 돌입한 탓이다. 이 때문에 벌써 1조원이 넘는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협력업체까지 고려하면 생산차질 피해규모가 몇 배가 될지 알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노조의 주장이 너무 억지스러워서 사측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있어 생산차질 피해규모가 얼마나 더 커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현대차 노조가 회사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이에 일본의 도요타 노조는 회사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도요타 노조는 최근 끝난 임금협상에서 보너스 인상만 요구했을 뿐 기본급 인상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 사측도 노조 측의 합리적인 안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60여년이라는 긴 역사 동안 무파업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러다 보니 도요타는 엔저 호황에 노조의 뒷받침이 더해져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노조의 특근 거부와 엔저 공세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노사 문제는 글로벌 시장이 하나로 묶여 있는 현시점에서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과 비협조는 곧바로 제품경쟁력의 추락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한순간의 방심은 끝없는 추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노사관계의 정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멈추지 않는 노사관계발 망국병=노사분규가 갈수록 복잡화ㆍ다양화되면서 그에 따른 후유증 여파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노사분규가 해당 기업 손실, 협력업체 고통 가중 등으로 연결되는 것을 넘었다"며 "저성장기에는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망국병'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연구소 등의 분석 결과 노사분규가 없을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1%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사분규는 오히려 늘고 있다. 2012년 노사분규는 105건으로 2011년에 비해 62% 늘었다. 파업으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나타내는 근로손실일수는 93만3,267일로 전년에 비해 무려 117% 늘어났다.

부끄러운 현실은 국제기관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의 '노사 간 협력'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144개국 중 129위에 머물렀다.

상생하는 노사관계야말로 우리 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주춧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언제까지 노조는 '떼쓰기'식 주장을 내세우고 사측은 일단 무시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이 같은 악순환이 계속돼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 이번에는 만들어야=노사불화에 따른 피해가 이렇게 크다 보니 노사가 화합하며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고용안정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하는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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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당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는 등 분위기는 좋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 구축을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추진해나가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 경총 회장단과의 면담에서 노사관계의 큰 방향으로 ▦대화와 상생을 통한 협력의 노사관계 ▦법질서 중시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 새로운 노사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국가신인도 제고는 물론 나아가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사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타협하고 상생하는 모습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도 정치권이 노사 문제에 개입하고 나아가 이를 정치 이슈로 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우리나라 노사문화의 후진성을 드러내주는 특징이다. 지난 몇 년간 국회에서 노사관계를 둘러싼 청문회가 유독 많았던 것만 봐도 그렇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비롯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등 노동 현안의 이슈는 정치권이 선거만 앞두면 자신들의 표몰이에 이용하는 단골 소재가 되고는 했다.

◇노동 문제는 노사자율 원칙 정립해야=노사문화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치와 자치의 원칙에 입각해 노사가 스스로 갈등구조를 풀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자칫 다른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을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때도 정부는 불법투쟁을 억제하며 중재자로서 최소한의 역할만을 수행해야 한다. 자율적인 노사관계 문제 해결과 함께 극단적인 불법투쟁, 잘못된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모든 행위는 법의 테두리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노동계는 고공농성을 비롯해 목숨을 담보로 한 극한시위를 자제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부당해고와 불법파견 등을 일삼는 사용자의 노동행위가 원인을 제공했다며 스스로 면죄부를 주지만 어떤 경우에도 불법은 용인될 수 없다.

이희범 경총 회장은 올해 정기총회에서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풍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불법에는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하고 대국회 활동을 대폭 강화해 노사관계 법ㆍ제도를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정비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경제가 어려우면 구조조정 등을 불가피하게 논의할 수 있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라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일자리 나누기, 근로시간 단축, 임금 조정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고 같이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방안을 마련하면 상생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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