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4월 22일] 승자없는 과열 경쟁

'이달 말까지 초고속인터넷에 새로 가입하면 현금 OO만원에 요금 OO% 할인. 경쟁사보다 적을 경우 개통 취소 가능.' 최근 기자의 휴대폰에 뜬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비슷한 메시지가 요즘 들어 심심찮게 전달된다. 즉시 삭제 버튼을 누르지만 '지금도 이런 마케팅이 계속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썩 편치 않다. 예전에는 메시지를 확인하면 어느 회사에서 보냈는지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발신번호만 뜨고 관련 업체가 어디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보조금 지급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당국의 감시의 눈을 피해보려는 얄팍한 상술이다. 한 통신업체 직원에게 이 메시지를 보여주며 "아직도 현금을 주는 곳이 있나 봅니다"라고 묻자 그는 잠시 망설인 듯하더니 "아마 본사와는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이런 방식의 판촉을 하는 대리점이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한마디로 일부 못된(?) 대리점의 문제일 뿐이지 업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몇몇 대리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체들의 과당경쟁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들어 휴대폰 보조금을 과다하게 주거나 현금을 주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유치하는 마케팅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특히 현금을 주겠다며 경쟁업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뺏어오는 행위에 단속의 눈을 번뜩이고 있다.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제재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당국의 경고가 별로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당국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과열경쟁이 벌어지는 사이 소비자들의 피해는 늘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상담 및 피해구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32만4,230건 가운데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관련된 것이 1만3,9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올 들어서도 초고속인터넷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업체들이 현금으로 가입을 유도한 뒤 사후 관리나 서비스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쟁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건전한 경쟁은 업체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게 과열, 출혈경쟁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결국 후유증은 업체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통신사들도 그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몇몇 대리점의 일이라고 떠넘기기 전에 회사 차원에서 과열 마케팅을 부추기는 요인이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 만에 하나, 본사에서 직접 개입하고 있다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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