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재할인율인하' 금융위기 진화 '역부족'
"부실채권해소등 근본책 못돼" 지적
일본은행이 지난 9일 5년여만에 재할인율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내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가 일본은행의 경기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선전 효과'를 내기데는 성공했지만, 부실채권이라는 은행권의 근본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 위기를 타개하는데는 별다른 영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게 국제 금융계 및 언론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재할인율 인하가 금융위기 재발의 가능성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중은행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출 금리인 재할인율은 지난 95년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기조가 바뀌어 일본은행의 대출잔액이 급감함에 따라 금융정책 조절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시중금리인 무담보 콜금리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재할인율만 낮춘 것은 경기에 대한 위기 의식과 그에 대한 대응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제스처'일 뿐 실효는 약하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위기 극복을 위한 일본의 진정한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이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제로금리 복귀, 부실채권 해소 및 수익성 제로를 위한 본격적인 은행 구조조정 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의회예산국 사무국은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가 1만3,000엔 수준에 머물 경우 일본 15대 은행은 총 3조5,000억엔, 닛케이 1만2,500엔선에선 총 5조엔 가량의 주식평가손을 입게 된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주식평가손을 반영하는 국제 회계기준에 따를 경우 15대 은행이 오는 3월 끝나는 2000 회계연도에 모두 적자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치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지난해 9월 현재 64조엔으로 집계됐던 은행권 부실채권이 오히려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처리를 주식평가익에 의존해 온 일본의 은행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은 사실. 재할인율 인하라는 상징적인 대응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된다는 얘기다.
ING베어링의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피오릴로는 일본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26조엔의 공적자금을 은행에 투입한데 이어 앞으로 10조엔 가량의 신규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현 모리 요시로(森喜朗) 정권이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라도 금융 위기를 막아낼만한 역량을 갖췄는지도 의문시되고 있어 상황은 더욱 급박하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은행이 이번에 금융완화를 위한 새 대출제도를 마련하는 등 위기 방어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정부가 위기를 제때 막아내는 지도력을 발휘할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