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직도 안이한 위기의식(사설)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확대경제장관 회의가 열리기는 7개월 만이다. 지난 7개월동안에 우리 경제는 골병이 들었다.이미 예고됐던대로 불안의 단계를 지나 금융대란이 진행중이고 외환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위기의 경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권 말기에 정치가 혼란에 빠졌고 경제침몰 위기까지 겹쳐 문민정권 치적 평가에도 고비를 맞았다. 더욱이 현 경제팀에만 맡겨서는 경제회생이 어렵다고 판단, 대통령이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회의에서는 기아와 기아협력업체지원대책, 금융·외환시장 안정책, 금융개혁 입법화 마무리 대책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회의만 한다고해서 위기가 해소되고 경제가 회생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 상황에 대한 현실진단이 정확해야 하고 추진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현실인식은 아직도 안이하고 현장의 소리와는 판이하게 낙관적이다. 낙관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은 안이한 진단을 낳고 안이한 진단은 안이한 대책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대책은 효험을 발휘하지 못해 불안감을 더해줄 뿐이다. 정부는 최근 주요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자찬한다. 수출이 늘어나면서 성장률이 높아지고 실업률이 하락추세에 있으며 경상수지 적자도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물가도 작년보다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금융 외환위기가 실물경제에 파급됐을 때는 사정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특히 지표를 호전시킨 수출도 환율상승 덕분일 뿐이다. 경쟁력이 강화되고 기초체질이 건실해져서가 아니다. 정부는 우리 경제기초가 건실해서 동남아 국가와 같은 외환 금융 위기상황이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이미 불똥이 튀어오고 있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증시사태만 해도 금융가는 외국자본이 투자매력을 잃고 떠났다고 진단하고있는데 정부는 외국인 증시이탈이 단기적 현상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현실은 위기상황인데 정부만 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단순한 시각차라고 해도 위험한 일인데 위기를 외면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대책이 현실감이 없고 부실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권말기다. 위로부터의 말발이 현장으로 먹혀들지 않고 정책이 겉돌게 마련이다. 정치권의 불안이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현실과 괴리된 낙관은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금융경색에서 신용공황으로 확산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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