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31일 지방선거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각 방송사들 역시 ‘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방송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방송에 유례없는 관심을 보이는 매체는 케이블TV. 지난 17대 총선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이 독점하다시피 한 선거방송에 각 지역케이블TV방송국(SO)을 중심으로 도전장을 내민 케이블TV는 이번 5ㆍ31 선거에서도 지방선거라는 특성에 발맞추어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특히 지방선거의 특성상, 거대 지상파 방송들의 손길이 채 미치지 않는 시ㆍ군ㆍ구 자체단체장과 광역단체, 기초단체 의원 선출에 각 지역 SO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역SO들이 지상파보다 상대적으로 감시의 눈길을 덜 받는 틈을 타서 자칫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선거방송, 매체 영향력 강화 나선다=선거방송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건 역시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복수케이블TV사업자(MSO)들. 각 SO들은 전국을 77개로 잘게 쪼개진 방송권역에서 대부분 지역독점사업자로 돼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의 이들의 역할과 힘은 그 어느 선거보다 크다. 서울지역에서 가장 많은 13개 SO를 갖고 있는 씨앤앰의 경우 SO업계 중 유일하게 자체선거방송기획단을 운영하고 있다. 씨앤앰은 지역채널(4번)을 통해 선거법 개정사항, 각 지역별 후보자 공약 등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서울 강북 등 6개 SO를 보유한 큐릭스는 선거 2개월 전부터 선거관련 뉴스를 대거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양천ㆍ인천 등 SO인 CJ케이블넷은 정당별 예비후보자 및 각 지역별 의원 출마자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하고 있다. 제주케이블TV의 경우 지난 13일부터 이미 도지사 출마예상자 대담 프로그램과 개별 인터뷰을 매일 1시간 이상씩 방송하고 있고, 경기지역 MSO인 티브로드(태광MSO)는 지난 12일 케이블TV로선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당의장 후보 토론회를 자체 스튜디오에서 생중계한 바 있다. 전국 대부분의 SO들은 선거기간 중 각 정당별 경선 토론회와 후보자별 합동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광역단체장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출마자들에겐 방송을 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토론회를 해도 생중계 1번에 그치는 지상파와는 달리, 케이블TV의 경우 한 번 제작한 인터뷰나 토론회를 선거기간 내내 계속 재방송하기 때문에 선거의 당락까지 좌우할 수 있는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거방송 공정성 담보할 수 있나=전문가들은 각 지역 SO들의 선거방송의 가장 큰 과제 역시 지상파와 마찬가지로 엄정한 공정성과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SO의 경우, 전국 77개 방송권역으로 잘게 쪼개진 특성상, 토론회 하나하나에 감시의 눈길이 채 미치지 못할 여지가 있다. 각 SO들이 앞다투어 준비하고 있는 각종 선거관련 특집 프로그램 등 역시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SO가 중앙무대와 달리 작게는 만 명도 채 안 되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 선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최근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경기도지사 입후보 예정자인 모 의원의 출판기념회 소식을 전한 경기지역 SO업체들에게 “선거에 관한 사항을 공정하게 다루지 않았다”며 권고조치를 의결한 바 있다. 각 지역의 예비 후보자들 사이에선 지역케이블TV에 공을 들여 놔야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송종길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총선이나 지역선거에서는 케이블TV가 가장 주도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방송토론을 개최할 만한 스튜디오도 갖지 못한 SO가 많은 실정에서 방송 토론은 부실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자체제작 능력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