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회계연도(지난해 10월 1일∼올해 9월 30일) 마지막 날인 30일(현지시간) 자정까지 미국 상·하원이 합의안을 처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해야 새 회계연도가 개시하는 10월 1일 오전 0시1분부터 연방 정부 기능이 일부 상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과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이날도 당론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을 뿐 타협을 위한 협상 시도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미국 상원은 이날 오후 2시께 전체회의를 소집해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넘긴 2014회계연도(내달 1일∼내년 9월 30일) 잠정 예산안을 거부했다.
상원은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되살린 잠정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4표, 반대 46표로 가결처리해 하원에 되돌려 보냈다.
상원 공화당은 이 과정에서 불과 일주일 짜리 초단기 예산안 처리를 협상안으로 내밀었으나 민주당이 단박에 거절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오바마케어 항목의 일부 시행을 유예하는 등 양보하지 않으면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 삭감 등이 붙지 않은 ‘깔끔한’ 예산안을 처리할 용의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원 공화당은 오바마케어의 핵심인 전국민 의무 가입 조항의 시행만 1년 연기하는 내용을 포함한 수정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원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 시한이 다가오자 막판 절충이나 설득을 시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의회 지도자들과 개별적으로 전화 통화로 베이너 의장에게 10분가량 협조를 구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도 전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직전 한 기자회견에서 정부 기관이 대거 문을 닫으면 수백만명의 공무원과 미국민에게 현실적이고 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공화당 내 극우파(티파티를 일컬음)가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를 무산시키기 위해 예산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원 규칙위원장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인 제프 세션스(공화·텍사스) 하원의원도 셧다운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키웠으나 구체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난 3월 시퀘스터(sequester·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가 발동할 때처럼 셧다운 또한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연방 정부 예산 집행이 중단되는 셧다운 시점은 1일 오전 0시1분부터다.
따라서 1일 오전부터 ‘핵심 서비스’ 종사 인력을 제외한 일반 공무원은 일시해고(furlough) 상태가 돼 출근을 못하게 된다.
강제로 무급 휴가를 가야 하는 공무원이 전체 200만명의 연방 직원 가운데 80만∼1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군인, 경찰, 소방, 교정, 기상예보, 우편, 항공, 전기 및 수도 등과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계속 근무하지만 보수는 예산안이 의결돼야 소급 지급된다.
일시 해고된 비핵심 서비스 종사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정부가 문을 닫는 기간 월급을 받을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의회 의결로 일시 해고 기간에도 소급해서 월급을 줬다.
셧다운에 돌입할 경우 언제 정부 기관이 다시 문을 열고 업무를 재개할지는 정치권 협상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불편이 커져 불만이 들끓고 여론이 정치권에 불리하게 돌아가면 마지 못해 잠정 예산안에 합의할 수 있다.
미국 정치권은 연방정부의 셧다운 여부를 떠나 내달 초 곧바로 국가 부채 한도를 상향조정하는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
여야 및 백악관이 내달 17일까지 현행 16조7,000억달러의 연방정부 채무 상한을 다시 올리는 데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즉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라는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