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판·검사 10여명 '뇌물비리'

사건청탁 받고 수천만원대 금품수수… "조만간 사법처리" <br>현직 고법 부장판사 등 연루 충격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 등 고위 판ㆍ검사 10여명이 법조 브로커로부터 직접 형사사건 청탁을 받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사법부의 최후 보루인 현직 부장판사 등이 무더기로 브로커와 공모, 특정 사건의 해결사로 나서다 검찰에 적발되기는 사법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최근 법조 브로커 김모(58ㆍ별건 구속)씨로부터 사건청탁 명목으로 수천만원짜리 수입 카펫과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고법 부장판사 A모씨를 소환조사, 조만간 사법처리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또 다른 부장판사 3명 등도 김씨로부터 사건청탁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부장검사 등 현직 검사 5명과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2명이 김씨로부터 사건청탁과 함께 많게는 1,000만원을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이밖에 총경인 모 경찰서장이 김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경정급 경찰 인사 한명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에 따르면 카펫 및 가구 수입업자인 김씨는 법원ㆍ검찰ㆍ경찰 고위 인사와 쌓아둔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형사사건에 개입, 왕성하게 법조 브로커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적발된 고위 판ㆍ검사 청탁 사건은 사건해결을 미끼로 법조계 주변에서 왕성하게 활개치고 있는 브로커 비리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동안 법조 브로커는 고위 전관 출신 변호사 등 재야 법조계를 통해 사건청탁 해결에 나섰던 게 전형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브로커가 직접 사법부의 심장인 현직 고위 검찰 인사는 물론 법원 고위 판사까지 매수한 것으로 밝혀져 사법부의 대국민 신뢰에 회복되기 힘든 상처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 발단의 장본인인 브로커 김씨는 법원ㆍ검찰 인맥을 자랑하며 사건 브로커를 자처하다 꼬리가 잡히면서 지난해 8월 일찌감치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하이닉스 불법 주식거래 혐의로 수배를 받던 금융 브로커 박모씨의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박씨로부터 2억6,800만원을 받은 것이 수사 결과 밝혀진 것. 김씨 사건은 단건으로 여기에서 끝나는 듯했지만 그때부터가 사법부 게이트의 시작이었다. 든든한 법원ㆍ검찰 백(?)을 갖고 있다고 자만했던 김씨가 영어의 몸이 되자 앙심을 품게 됐고 그동안 여러 사건청탁 과정에서 발을 대놓았던 고위 사법부 인사들의 비리를 발설하기 시작했다. 첫 신호탄으로 지난 6월 10일 코스닥기업 B사의 특경법 횡령사건 해결 청탁 대상이 됐던 검사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김씨는 이어 지난 수년간의 사건청탁 과정에서 손을 쓴 서울고법 부장판사, 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의 비리를 털어놓기 시작했고 어느덧 법원ㆍ검찰의 수사 대상자는 10여명을 훌쩍 넘어버렸다. 김씨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던 법원 및 검찰 고위 간부는 행여 김씨의 추가 발설에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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