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인간을 어느 정도까지 황폐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라크 전쟁에 참전중인 패트릭 프레이(50) 대대장의 경우에서 전쟁의 어두운면을 엿볼 수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현재 군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프레이 대대장은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소속으로, 과거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에 있을때 인도차이나에서 군생활을 시작했다가 로디지아(현 잠비아)에서 용병으로 활동했던 인물.
그는 이후 캘리포니아 북부 몬테레이 카운티에서 교직을 시작했고 학교 잡지에시를 쓰는 로맨티스트로 알려져 있는 등 주민 모두로 부터 사랑받던 마을의 영웅이었다.
인구 15만명이 사는 살리나스의 고향에서 그의 칭송은 자자했다. 에버렛 알바레즈고교에서 처음 교편을 잡은 그는 '윙스'라는 교내 잡지에 '전투의 진실들'이라는시를 쓰는가 하면 불우한 환경의 학생들을 특별히 배려하는 등 최고의 교사였다.
그와 절친했던 맥도나우 교사는 "그는 가난한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집에서 1시간씩 차를 몰고 갔던 교육열이 대단한 교사였다"고 회상한다.
그런 그가 이라크 전쟁을 위해 주 방위군에 복귀, 800명을 지휘하면서 보여준 행동들은 '훌륭한 교사'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병적으로 자기 중심적인 인물이 된 그는 끊임없이 부하들을 협박,위협하고 휴가를 떠나는 사병들에게 금욕토록 설교하는가 하면 기사 작위를 준다며 전투용 도끼를 들고 다녔다.
현재 정직처분 상태인 그의 보직은 이라크 주둔 보병 184연대 1대대장.
그의 휘하에 있는 알파중대의 경우 순찰 업무에서 제외된채 바그다드 남부 군부대로 제한돼 있는데, 병사 17명이 이라크 포로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11명이 기소됐으며 이중 일부는 지난 6월 7명의 포로를 상대로 전기총을 쐈지만 이들 포로 가운데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무고한 시민으로 밝혀져 풀려났다.
당시 전기총을 쏘는 장면은 비디오로 촬영되기도 했다.
아부그라브 수용소 사건 등 약 2년의 이라크전을 치르며 발생한 최악의 스캔들들은 예비군과 주방위군이 저지른 것이었고 이번 케이스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프레이가 1대대를 맡은 것은 지난해 6월. 그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독선적이고 자기 멋대로인 그는 늘 손도끼를 갖고 다녔고 그의 기행들은 상상을초월했다.
14년 복무후 명예 제대를 기다리고 있는 로렌조 도밍게즈는 지난해 12월 이라크배치에 앞서 뉴멕시코 도나아나캠프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으며 "그는 아서왕이었다"고 회상했다.
도밍게즈에 따르면 프레이는 병사들에게 "무릎을 꿇어라"고 명령했고 모두 어리둥절하다가 무릎을 꿇자 병사들의 어깨에 도끼를 올려놓고 기사 작위 수여식을 거행했다는 것.
일부 병사들은 그의 지휘 스타일을 선호하기도 했지만 갈수록 불만이 쌓였고 급기야 일부 병사들이 "훈련다운 훈련을 받지 못했다. 도로매설 폭탄을 처리하는 훈련도 거의 받지 못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자 전 부대원을 뉴멕시코 사막으로 끌고갔다.
이어 그는 그의 부관과 한바탕 기관총 쇼를 벌이더니 "공개적인 비난은 국가에 봉사하려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과 같다"고 선언하고는 금주, 가족 면회 금지, 부대밖 외출 금지를 선언했으며 구내매점에 갈 때에도 감시자를 붙이기도 했다.
상식을 벗어난 그의 지휘 스타일과 그의 지휘에 따른 포로 학대 등 비위는 그리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1월 쿠웨이트를 거쳐 2월 이라크로 배속된 제1대대의 신속대응군이 바그다드 남부에서 민간인 1명을 사살한 사건을 수사하던 군범죄 수사대(CID)가 포로 학대 및 고문 사실을 밝혀낸 것.
특히 프레이 대대장은 병사들에게 "늘 (적을) 사살할 준비를 하라"고 명령하는등 일반적인 규율을 크게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제3연대의 클리프 켄트 대령은 "프레이는 모든 조사가 끝날때까지는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