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방지 브리핑에서 "3차 감염을 통한 확산을 막는데 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은 3차 감염이 일어나면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3차 감염자 생기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돼 사스(SAS)·신종플루 유행 때와 같은 대혼란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민관공조·국제공조 등 모든 대응 방안을 마련해 3차 감염방지에 나서기로 했다.
2차 감염은 첫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병이 옮은 경우를 의미한다. 3차 감염은 첫 환자에게 감염된 2차 감염자가 제3의 인물에게 병을 전파하는 것을 뜻한다. 3차 감염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 병을 옮길 수 있는 위험군조차 특정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의 격리조치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복지부는 지속적인 특징을 띠고 일어나고 있는 3차 감염은 없다고 보고 있다. 권준욱 복지부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현재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 감염 사례 가운데 한두 케이스는 3차 감염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3차 감염이 지속성을 가지고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감염자들이 메르스 증상을 보인 후에도 격리조치 되지 않은 채 일상생활을 영위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메르스 확진 환자인 아버지(76)를 병문안했고 29일 중국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44)은 5월19일부터 8일간 격리되지 않은 채 회사를 오가는 등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심지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도 했다. 공항과 출입국 게이트 등에서 무수한 사람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휴가를 나가 메르스 확진 환자인 어머니를 지난 12일 만난 한 군인 역시 부대로 복귀해 30일 접촉 사실을 자진 신고하기까지 동선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았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같은 병원 환자나 의료진, 가족, 회사 동료 등은 보건당국이 그나마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이들이 평소 다니면서 접촉한 사람들은 관리조차 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 감염자와 밀접접촉한 모든 사람을 파악해 유전자검사를 실시하거나 격리조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예를 들어 메르스 확진 환자가 길거리를 다니면서까지 마주친 사람을 모두 파악해 조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게 전염병을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3차 감염이 지속성을 갖고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우리나라 감염자들 모두가 2차 감염자"라며 "아직까지 메르스 바이러스가 3차 감염을 일으킨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준성 경희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3차 감염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