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경주마 한국 앞에 놓인 무역 장애물

안현호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청마(靑馬)해를 맞아 박진감 넘치는 승마경주와 긴장감 가득한 장애물 경기의 모습이 떠오른다. 빠르게 질주하는 말의 모습에서 역동성을, 어려운 장애물을 뛰어넘는 모습에서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유례없는 속도로 질주해온 한국이라는 경주마는 2013년 레이스에서도 3년 연속으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또 사상 최대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거머쥐었다. 이제 한국 경제의 역동적인 질주는 뒤따라오는 신흥개도국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선진국 반열에 서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등 신흥개도국들이 한국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고 우리의 성장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이제 앞만 보고 질주하는 단순한 레이스가 아니라 장애물까지 더해진 복잡다단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소득계층 간, 기업 간, 지역 간 양극화와 불균형 심화, 성장과 고용의 연결고리 단절, 경제주체의 불안감 가중, 미래 먹거리 창출 등이 도전 과제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외부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우리 스스로 누적시켜온 문제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양극화와 불균형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계속 심화됐다. 고용 없는 성장도 1990년대부터 누적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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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눈앞의 장애물들이 구조적이면서도 복합적이기 때문에 하나씩 넘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경기장의 지형을 조망하면서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고용 없는 성장은 산업구조상의 문제나 대학 진학 위주의 교육시스템의 문제가 얽힌 결과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력수급 불균형과 맞닿아 있으며 대학 진학을 위한 지나친 사교육비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줄인다.

셋째, 이 같은 장애물을 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성장 없이는 양극화와 불균형, 일자리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 과거 요소투입형 성장은 한국 경제의 초중반 레이스에서 강력한 엔진 역할을 맡았다. 그 한계가 IMF 위기로 나타났고 이후에는 대기업 위주의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한국 경제발전을 이끌어왔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 등 대기업 이외의 분야에서 총요소 생산성 주도의 성장이 완성되지 않아 경제 발전이 느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라는 경주마가 선진국과 함께 질주하기 위해서는 총요소 생산성을 향상시켜 체질을 개선하고 신산업으로 체력을 보충해 구조적인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눈앞의 문제를 냉철하게 분석해 향후 5~10년간의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올해가 한국 경제의 '선진국 레이스'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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