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후 주석은 김 위원장은 이날 숙소인 지린(吉林)성 지린시 우쑹(霧淞)호텔에서 창춘(長春)으로 이동했으며, 이는 후 주석과 만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중국 최고 지도자인 후 주석과 면담했다면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협의와 관련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창춘으로 이동한 것이 현지언론에 의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을 태운 의전차량 30여대는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께 호텔을 나서 지린 서역방향으로 향했다. 당시 지린 서역주변에는 무장경찰들이 삼엄한 경계경비를 벌이며 일반인과 차량의 접근을 차단했다.
의전차량은 그러나 전용 특별열차가 대기중이던 지린 서역으로 진입하지 않고 고속도로를 이용해 창춘으로 1시간30분을 달려 오전 10시30분에 창춘의 숙소인 난후(南湖)호텔에 도착했다. 이에따라 전용 특별열차는 의전차량과는 별도로 창춘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지린성의 성도이자 공업이 발달한 창춘을 방문한 것은 경제시찰 등의 목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창춘 일정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창춘 일정을 소화하고서 베이징으로 갈 수도 있으며 아예 귀국길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동선을 통해 나름의 ‘의사표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창춘행은 일반적으로 산업시찰에 주안점을 둔 경제행보지만 이번 방중 목적이 단순히 그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짧은 일정을 계획하고 왔다면 창춘 등의 동북지방에 머물면서 ‘원하는’ 중국측 고위인사들을 만나고 귀국길에 오를 가능성이 크며, 필요하다면 중국 수뇌부와의 회동 사실을 공표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방중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노출을 꺼리고 있으며 김 위원장을 수행중인 북중 양국의 고위인사들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도쿄신문이 26일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베이징(北京)에서 지린으로 가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고 보도했으나 중국 관영언론들은 시 부주석이 같은 날 오후 우루과이 측의 고위인사를 면담한 일정이 있었다고 일제히 보도해 혼선이 빚어졌다.
김 위원장의 향후 방중 일정과 관련, 일단 창춘 난후호텔에 여장을 푼 점으로 미뤄 1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서는 숙박을 취소하고 귀국길에 오르거나 아니면 방중 일정을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귀국 행로로는 창춘-쓰핑(四平)-선양-단둥-신의주 노선을 이용할 공산이 커 보이나 창춘-쓰핑-퉁화(通化)-지안(集安)-만포 노선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김정일의 방중이 권력승계를 위한 ‘내부결속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목적이 북한 국내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권력승계 문제 아니겠느냐”면서 “우리도 큰 결단을 할 때는 (지도자가) 국립현충원이나 아산 현충사를 찾지 않느냐. 그런 차원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