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방통위 거꾸로 가나

[데스크 칼럼] 방통위 거꾸로 가나 양정록(뉴미디어부장) jryang@sed.co.kr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 방침에 따라 정통부, 통일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등이 폐지되거나 통합대상이 됐다. 다 나름대로 목적이 있던 조직이지만 새 시대에 맞는 당위성이 커지면서 운명도 같이 하게 됐다. 그간 방송시장과 정보통신시장이 접목되면서 뉴미디어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급격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통부가 산업자원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 분산 흡수, 해체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안타까운 측면이 많다. 한국IT산업 성공의 핵심역할을 했던 정통부의 태생과 그 뒤의 역사 등을 보면 이해가 된다. 세계 최고수준의 IT기술이 자리잡으면서 IT강국코리아라는 닉네임을 얻게 된 한국의 성공뒷심 중 하나로 단연 1994년 12월 정통부 신설을 꼽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당시 우편과 전화, 전파 등 통신업무를 맡고 있던 체신부를 주축으로 과기처와 상공부, 공보처 관련 기능을 합쳐 정통부를 만들고 나서야 외부인력과 젊은 인재들이 정보통신 분야에 속속 수혈됐고, 이를 선순환구조로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의 정보통신성 창설 구상이나 호주가 브로드밴드통신디지털경제부를 발족한 것도 모두가 한국의 정통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정통부와 산자부로 통합하자는 새정부의 논리는 교육정책쪽으로 해석한다면 참여정부 교육정책중 하나였던 서울대 폐지론과 비슷한 것이다. 뜻은 좋지만 하향 평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IT는 현재 정통부에게 100%의 일이다. 하지만 산자부에서 IT는 방대한 조직의 한 부분일 뿐이다. 전체 산자부 조직 역량이 10%정도만 반영될 수 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성공사례도 있다. 82년 1월 1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래 최대규모의 조직이관이라는 기록을 남기면서 발족한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는 원래 체신부 소속으로 돼 있던 조직을 떼낸 것이지만 당시 정작 강하게 반대한 측은 체신부였다. 전신ㆍ전화 사업이 떨어져 나가는게 두려웠던 것이다. 그 뒤 한국IT산업은 KT를 근간으로 성장 동력을 찾아냈다. 국제적인 이동통신회사로 성장한 SK텔레콤도 사실 KT가 1984년 설립한 자회사 한국이동통신(KMTC)에 뿌리를 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통부는 방송과 통신 융합시대에 어떤 형태로든 개편해야 맞고, 정통부 공무원들의 최근 망연자실한 태도도 KT 분리과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통부의 통신정책을 흡수하고 방송위가 맡았던 방송의 주요 정책 등을 계획하고 의결하는 방통위설립ㆍ운영법(안)을 보면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은 요원한 것 같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을 모델로 삼았다고 하지만 위원구성문제도 그렇고 정상적인 의안 제기도 구조적으로 못하게 돼있어 무늬만 FCC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하나의 독소조항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방송위원회 등의 심의 기능을 포괄해 새로 설치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원구성문제다. 법안 제18조는 9인의 심의위원중 3인을 대통령이 직접 위촉할 수 있는데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호선이 아닌 대통령이 직접 지명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는 각계의 추천을 통한 비상임 심의위원들로 구성되는 현행 방송위 심의제도보다 역행하는 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밖에 작은 정부도 표방하고 있지만 정통부와 방송위 등 두 기관을 서너단계 업시키는 기구개편이야말로 이명박 당선인이 선보이고 싶은 실용주의가 아닌가 쉽다. 이래서 실용주의가 시급하면 승자의 구미에 맞는 기구와 정책이 등장하는 가 하면 급기야 갈등의 길로 들어서 파국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거대기구 방통위의 인적구성을 두고 정통부와 방송위간 주도권 다툼이 예상되는 만큼 화학적 결합의 해결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처음 정부조직개편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해당 업계에서 콘텐츠 산업과 IT 산업, 방송은 산업의 특성상 따로 분리해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데 새 정부가 이를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안될 수 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얘기가 요즘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입력시간 : 2008/01/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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