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제교실] 임금체계 개편 왜 해야 하나요?

실력·성과 따라 보상 받는 합리적 기준 필요




박우성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정부가 노동개혁을 말하면서 매우 강조하는 것이 임금체계 개편입니다. 왜 중요할까요? 이유를 알려면 먼저 임금체계가 무엇인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임금체계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회사 안에는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모든 직원의 임금이 같은 회사가 있을까요? 상상은 할 수 있겠지만 현실 세계에서 그런 회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학력이나 하는 일이 다르고 회사 내에서의 등급이 달라서이기도 합니다. 임금체계란 직원들에게 어떤 기준에 따라 임금을 정해 줄 것인가 하는 기준이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한 기간이 기준이 될 수도 있고 학력, 하는 일의 중요성이나 가치, 또는 맡고 있는 책임이나 역할의 크기가 기준이 될 수도 있겠지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위에서 말한 다양한 기준을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회사에서 일한 기간, 즉 근속년수가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임금체계가 연공급(年功給)입니다. 연공급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내가 하는 일이 어렵고 중요해도 나보다 회사에서 오래 일한 사람의 임금이 높아지는 제도입니다. 공평한 제도라 생각되나요? 선배가 후배보다 당연히 임금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제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보다 일은 쉬운데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더 많이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불만이 생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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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연공급은 문제가 많은 제도입니다. 연공급에 대해 직원들은 생각이 서로 다르기도 한데 왜 기업들은 모두 싫어할까요? 연공급에서는 나이 많고 근속년수 많은 사람이 돈을 많이 받게 돼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하는 일의 내용이나 성과에 변화가 없어도 근속기간이 늘면 임금도 그에 따라 오르기 때문이지요. 직원들이 모두 젊다면 부담이 별로 없겠지만 직원들의 나이가 많을수록 받는 임금도 높기 마련이어서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에 따라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건 다들 알지요? 300인 이상 기업들은 내년부터 직원들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에서 나이 많고 근속기간이 많은 사람이 크게 늘어납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신입사원들을 조금만 뽑고 있기 때문에 근속기간이 긴 사람들의 비중은 매우 빨리 증가할 것입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근속기간이 길어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이 열심히 일해 더 많은 성과를 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력과 성과가 높아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파산하면 일자리도 사라집니다.

정년은 갑자기 늘어났는데 준비할 시간은 별로 없고 인건비는 급증하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임금피크제입니다. 직원들의 임금이 은퇴에 가까운 특정 연령대에 도달하면 더 이상 올리지 않거나 깎아 인건비를 줄이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발도 많습니다. 정년이 늘기는 하지만 자기가 받던 돈이 어느 날 나이가 들었다고 깎이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당연합니다. 자존심도 깎일 뿐 아니라 줄어든 돈으로 가족들이 생활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임금피크제는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더 바람직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회사에 들어온 때부터 근속이 아니라 능력과 성과, 혹은 일의 가치나 책임 정도에 따라 돈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근속이 늘어나는 이유만으로 임금이 오를 일이 없어질 것이고 돈을 많이 받는 직원들의 경우 중요한 일이나 직책을 맡고 있거나 높은 실력이나 성과를 보이고 있을 터이니 회사 입장에서도 좋습니다. 요약하자면 근속에 따라 임금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을 없애고 능력, 성과, 역할, 책임 등의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자는 것이 임금체계 개편의 기본 방향입니다. 이럴 경우 기업은 비용부담을 덜고 더 효율적으로 경영하면서 청년고용을 늘릴 여력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임금체계를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받는 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기준이 바뀌면 돈을 더 받게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이익을 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대화와 협의가 중요합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니지요. 그래도 임금체계는 합리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나이는 젊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기업이 나이 들었다고 직원에게 회사를 그만두게 하려는 충동을 줄이기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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