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슈바이처와 대권 후보

“제가 의사가 된 까닭은 말없이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1875~1965)는 생전에 의사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작은 교회에서 목회자로 일했으며 신학 교수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그는 설교나 이론보다는 삶의 현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입증하기 위해 다시 의학을 공부했다. ‘생명에 대한 경외(敬畏)’를 주창한 그는 의사가 된 뒤 프랑스령 적도 아프리카로 건너가 한 작은 마을에 병원을 짓고 환자를 치료했다. 그는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감안, 그들 처소 형태의 작은 오두막 안에 입원시키곤 했다. 의사와 환자간의 확고한 신뢰관계에 힘입어 치유율이 높았다. 오지에서 인술 베푼 위대한 삶 그는 사심 없이 오랫동안 의료봉사를 펼친 결과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의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일로 사랑을 실천한 인물이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는 사람들간에 신뢰회복을 강조했으며 “영혼의 평화 없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역설했다. 우리는 백 마디 말보다 구체적인 행동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국민들은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균형 잡힌 품격과 값진 일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의 경우 유창한 언변보다 민심을 제대로 경청한 뒤 순조롭게 국정에 반영하길 희망한다. 아울러 법과 원칙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실적을 올릴 때 지도자로 인정하고 따른다. 요즘 항간에서는 벌써부터 다음 대통령 후보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그럼 유권자들은 어떤 인물을 희망하고 있을까. 최근 한 언론사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한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 능력으로 ‘경제문제 해결’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사회갈등 해소 능력, 국제적 식견, 통일기반 구축 능력을 들었다. 대선후보 선호도는 고건(67) 전 국무총리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이명박(64) 서울시장, 박근혜(53)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52) 통일부 장관, 이해찬(53) 국무총리, 김근태(58)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순이었다. 이들 중 경제문제 해결 능력은 이 시장이, 사회갈등 해소와 국제적 식견에서는 고 전 총리가, 통일기반 구축에는 정 장관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올바른 대통령 선택을 위해 미리 관심을 갖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대권 주자들도 자신의 장단점을 재점검할 기회다. 이들은 모두 소위 명문대학을 졸업했으며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를 비롯, 정당 대표와 장관, 광역자치단체장 등 직간접적으로 국정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대권 레이스 관전에 다소 도움이 되도록 기자가 취재현장에서 만나보고 느낀 이들의 장점과 보완할 점을 간단히 언급하겠다. 고 전 총리는 세련된 매너와 풍부한 국정경험을 장점으로 들 수 있는 반면 국민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히트 곡’이 없다. 이 시장은 경영 마인드를 무기로 일을 성사시키는 추진력이 뛰어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다. 박 대표는 몸에 밴 애국심과 포용력이 강한 반면 자기 컬러의 구체적인 콘텐츠가 미흡하다. 정 장관은 참신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돋보인 반면 포용력이 다소 부족하다. 이 총리는 국정현안에 밝고 공무원 장악력이 탁월하지만 친화력이 약하다. 김 장관은 진솔하며 친근감을 준 반면 대중을 사로잡는 흡입력 향상이 과제다. 백 마디 말보다 실천이 중요 공통적으로 자신의 우월감이나 권력욕, 명예심보다 국민을 위해 겸손한 자세로 일하겠다는 다짐과 실천과정이 선행됐으면 한다. 예컨대 아무리 바쁜 일정일지라도 석 달에 한 번 정도 ▦산업현장 근로자, 최고경영자(CEO) ▦농어촌ㆍ양로원 봉사 ▦재래시장 상인, 백화점 점원 ▦학교 수위, 학교 교장 ▦환경미화원, 관공서 민원창구 근무를 통해 삶의 실상을 정기적으로 체득했으면 좋겠다. 특히 오지에 뛰어들어 사랑의 인술을 베풀었던 슈바이처의 생애와 그의 정신세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대권주자는 또 현직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당락의 변수로 작용한다. 역대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의 지원 또는 묵시적 인정 없이 대권을 장악한 사람은 드물다. 유리한 여건에서 두 번이나 출마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현직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지 못한 것도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들은 대선과는 별개로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순탄하게 국정을 수행하길 기대한다. 국가최고 책임자나 대권주자, CEO, 대학 총장, 축구감독 등 지도층 인사는 묵묵히 수행한 일로서 평가 받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