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종가' 구한 베컴의 오른발

베컴처럼 감아라. 그의 킥은 역시 달랐다. 잉글랜드 주장 데이비드 베컴(31.레알 마드리드)이 26일(이하 한국시간) 슈투트가르트 고트리브 다이믈러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독일 월드컵 16강전 에콰도르와 경기에서 프리킥 한방으로 허덕이던 잉글랜드를 구원했다. 0-0으로 맞선 후반 15분 페널티 지역 왼쪽 외곽에서 잉글랜드 프랭크 램파드가에드윈 테노리오에게서 반칙을 얻었다. `당연히' 베컴이 키커로 나섰다. 5만여 잉글랜드 관중과 전 세계 시청자들의 기대가 응축된 시선이 베컴의 발끝에 집중됐다. 골키퍼 크리스티안 모라가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을 간파한 베컴은 왼 아래쪽 구석을 향해 킥을 날렸고 볼은 몸을 날린 모라의 손과 골대를 살짝 스치며 골망에 빨려들었다. 관중석이 환호로 떠나가는 가운데 본부석에 앉아있던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 베컴도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베컴은 대표팀에 합류하고 주장 완장을 찰 때부터 싫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독단적인 플레이 때문에 프랭크 램파드나 스티븐 제라드 같은 다른 미드필더들의 활용도가 낮아진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베컴의 `한방'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그는 드리블을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며 "패스와 슈팅이 정확하지 않느냐"며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그의 기술을 믿고 있었다. 한방은 이날 경기에서 그대로 입증됐다.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부상에서 돌아온 뒤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마이클 오언(뉴캐슬)도 부상으로 빠져 공격이 무뎌진 상황이었다. 원톱으로 나선 루니는 이렇다 할 기회를 맞지 못하고 고립됐고 루니를 도와 간간이 2선에서 침투하는 미드필더들도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경기장 기온은 31℃에 달한 만큼 후반 초반이 지나도 골이 나오지 않자 더위에 익숙한 남미 국가 에콰도르가 체력을 앞세워 일격을 날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서서히 종가의 체면이 걱정되면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 난국이 베컴의 오른발에서 일거에 타개된 셈이었다. 베컴은 조별리그 1차전 파라과이전에서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엮어낸 데 이어 이날도 종가를 위기에서 극적으로 구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팬들 뿐만 아니라 클럽과 대표팀의 동료들도 베컴의 오른 발에 거는 기대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베컴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루니가 경기 전에 `지난 두 경기에서 부진했으니 오늘 한 건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레알 마드리드 동료인) 호베르투 카를루스(브라질)도 오늘 오후에 `날 위해 프리킥으로 한 골 넣어달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베컴은 후반 43분 교체되기 전에 구토 증세를 보였다. 폭염과 싸워가며 90분 가까이 그라운드를 누빈 투혼이 빛났다. 한편 베컴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골롬비아전 프리킥골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페널티킥 성공에 이어 이번에도 골을 터뜨려 잉글랜드에서 최초로 3개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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