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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파부침주' 결의는 좋지만…
더반(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사자성어로 나이지리아전을 준비하는 각오를 밝혔다.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 앉힌다'는 뜻의 파부침주는 죽는 한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다.
나이지리아전에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허 감독의 각오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운영도 '파부침주'의 고사처럼 할지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 진나라 말기 항우의 무용담에서 유래됐다. 거록성 전투에 나선 항우는 군사들에게 3일치의 식량을 지급한 후 솥을 깨뜨려 버렸고 강을 건넌 후 배를 가라 앉혀 되돌아갈 수단을 없애버렸다. '속전속결'의 모험적인 전략을 택한 항우는 진나라 군사를 크게 깨뜨리고 반군 세력의 맹주로 떠올랐다.
불퇴전의 각오를 다지는 것은 좋지만 나이지리아전에서 서둘러 승부를 거는 것은 위험하다.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의 '심리전'을 언급했다. 나이지리아의 조급함을 이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보다 급한 것은 나이지리아다. 허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승리해서 16강으로 가는 길을 열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무승부에 그쳐도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객관적인 실력상 아르헨티나가 그리스에 패배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실점하지 않는 것보다 골을 넣는 것이 급하다.
성급히 공격 일변도의 전술을 펴다가 선제골을 허용할 경우에는 역으로 한국이 정신적으로 쫓긴다. 아르헨티나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1-2로 뒤진 후반 들어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후 공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하고 오히려 두 골을 더 내주고 말았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선제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골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2-0)은 '허정무호'의 나이지리아전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다. 당시 이동국(전북)과 이근호(이와타)를 최전방에 세운 4-4-2 포메이션으로 나선 대표팀은 전방위 압박으로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등 코트디부아르 공격수들을 꽁꽁 묶고 세트 피스 기회에서 두 골을 뽑아내며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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