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 환경이 쾌적해도 신체적으로 허약한 근로자가 교대.연장근무로 과로가 누적돼 병이 갑자기 생겨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특별11부(김이수 부장판사)는 14일 산업용 전자기판 감광성 필름을 만드는 직장으로 출근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져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허모씨의 유족이 "사망원인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을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가 맡은 업무가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작업환경이 쾌적하지만 근무정황상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려 왔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유씨의 사망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닷새를 주기로 휴일없이 이뤄진 1일 3교대 근무는 인간의 생체리듬에 역행하며 무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신체에 부담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고 덧붙였다.
고혈압 증세가 있고 심폐기능이 약했던 유씨는 한달에 하루 꼴로 쉰 것을 빼고는 매일같이 교대.연장근무를 하다 2002년 2월 출근 도중 숨졌으나 근로복지관리공단은 "의학적.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