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꺼지지 않는 기업은행의 저력

은행권 침체 속 서프라이즈 '권선주의 힘' 발현되고 있다

2분기 순익 17.5% 증가 전망… 순이자마진 19.2%로 가장 우수



권선주(사진) 기업은행장이 우리나라 은행산업 역사상 첫 여성 은행장으로 등장하자 수근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첫 여성 대통령 출현에 힘입은 관운이라는 반쪽짜리 평가였다.

권 행장 역시 취임 초반을 지나자 '여성'이란 꼬리표를 떼고 은행장으로서만 지켜봐줄 것을 요청했다. 은행의 수장으로서 실적으로 말하겠다는 의지였다.


은행권 전반이 수익 악화에 몸살을 앓는 가운데 기업은행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 1·4분기에 3,3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0%가량 증가한 수치다. 1·4분기 어닝 시즌에서 기업은행을 앞선 시중은행은 신한은행(4,251억원)이 유일했다. 우리은행(3,052억원), 국민은행(2,582억원), 하나은행(2,002억원), 외환은행(764억원) 등은 기업은행보다 실적이 뒤처졌다.

2·4분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은행의 2·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로 2,474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52%가량 증가한 것으로 2014년 전체 순이익 역시 지난해에 비해 21.5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연간 순이익 1조원 달성을 1년 만에 회복하게 된다.


선제적인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대손충당금 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이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꼽힌다. 기업은행은 상당량의 여신이 중소기업에 치중돼 있어 대기업 부실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덜하다. 또한 조준희 전 행장이 단행한 대출금리 두 자릿수 인하 정책이 일종의 기저효과로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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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 최고 금리 두 자릿수 인하 실험이 정상궤도로 진입하면서 실적도 안정화되고 있다"며 "중소기업 여신 공급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어 이자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선제적인 비용 관리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기업은행은 공공기관 재지정 여파로 올 상반기 신규 채용을 하지 못했다. 이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기업은행은 은행권에서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다.

1·4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할 때 기업은행 직원의 1인당 생산성은 3,670만원으로 신한은행(3,653만원), 우리은행(2,961만원), 하나은행(2,454만원), 국민은행(1,495만원)보다 높다.

실제로 은행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순이자마진(NIM) 현황을 보면 기업은행의 수익성 관리 능력이 확인된다. 1·4분기 말 현재 기업은행의 NIM은 1.92%로 전 은행 중 가장 우수하다. 국민은행(1.78%), 신한은행(1.77%), 우리은행(1.61%), 하나은행(1.47%) 등보다 최고 14bp(1bp=0.01%포인트)가량 높다.

완연한 실적 개선 흐름에 힘입어 연초 1만2,000원에 머물던 주가는 1만3,250원(26일 현재)까지 올랐다. 은행주 중 단연 압도적인 주가 상승률이다.

한 대형 증권사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충당금 비용률과 NIM이 안정적인 데다 공공기관 재지정으로 광고선전비·판관비 등이 통제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1·4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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