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초저금리시대] 포트폴리오가 바뀐다

과거에 상상할수 없었던 초저금리 시대와 증시 활황이 시기적으로 겹치자 가계, 기업 및 금융기관, 정부까지도 포트폴리오(투자자산배분) 재구성에 나서고 있다.한때 30% 가까운 수익률을 자랑하며 뭉칫돈을 끌어모았던 채권투자도 최근 초저금리 시대에 속속 만기를 맞으면서 투자메리트를 상실하고 있는 가운데 각 경제주체들은 투자자산의 구성을 주식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 분위기다. 변화된 금융여건 속에서 주식상품이 유력한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7일 증권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3대 경제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빠른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의 틀을 새로 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경우 주식상품중에서 특히 간접투자비중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가계의 주식 직접투자추이를 알수 있는 고객예탁금이 지난달 23일 5조8,434억원을 고점으로 다소 주춤거리고 있지만 현재 5조4,000억원선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자금은 최근들어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로의 집중현상이 뚜렷하다. 간접투자의 대명사로 부상중인 투신사 주식형 수익증권 수탁액은 지난달 2조1,174억원이나 늘어난데 이어 4월들어서도 사흘동안(1~3일)에 벌써 7,787억원이나 증가했다. 주식형 수익증권과 함께 뮤추얼펀드에도 가계 자금이 몰리면서 주식을 계속 사도 주식편입비율이 50% 수준에서 늘어나지 않는 기현상마지 벌어지고 있다. 자금이 들어오는 속도가 워낙 빨라 주식을 아무리 매수해도 주식비중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3일 현재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탁고는 13조2,016억원, 뮤추얼펀드 보집잔액은 약 2조원 규모로 은행 신탁을 제외한 간접 주식투자상품에 들어와 있는 돈은 총 15조원 규모를 넘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초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뭉칫돈들이 대부분 주식상품 계좌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반면 은행의 가계금전신탁 잔액은 2월 1,374억원 줄어든데 이어 3월에도 1,100억원 감소하는 등 계속 내리막이다. 가계자금이 직접주식투자보다는 간접투자 주식상품으로 집중 이동중인 것은 직접 주식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가변동폭이 상하 15%로 확대된데다 선물옵션도 투자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어 직접투자로 인한 위험도가 높아진 탓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금리하락에 안주할 곳을 못찾아 오락가락하던 가계자금이 증시가 활기를 띠자 주식상품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직접투자의 리스크를 피해 간접투자쪽으로 선회하는 양상이다』고 말했다. 기업, 특히 금융기관들의 자산운용패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투신사 단기공사채상품에 돈을 넣어두고 하루하루 이자따먹기에 치중하면서 위험자산이라며 주식을 팔아치우는데 열중하던 은행, 보험 등이 주식투자를 재개했다. 금리하락때문에 대출로 인한 수익이 예전같지 않고 그나마 마땅한 대출처를 찾지 못하는 금융권이 잉여 보유자금을 굴리는 대체수단으로 주식투자를 선택하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주로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단기자금이 몰려있던 투신 단기공사채 수탁액의 급격한 감소. 단기공사채 수탁액은 지난 3월말 110조3,254억원으로 1달전에 비해 무려 6조3,000억원이나 줄었다. 한달사이에 6조원이상의 자금이 어디론가 빠져나간 셈이다. 이 자금중 상당부분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몇몇 은행, 보험사들은 공사채형에서 찾은 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신탁계정은 물론 은행 고유계정으로도 주식투자를 재개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은행계정으로만 1,100억원정도를 주식쪽에 투입했으며 주택은행 역시 700억원 한도내에서 주식투자에 나서 벌써 한도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은행도 200억원수준에서 주식투자를 개시했다.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자금운용 애로에 부닥친 보험사들도 주식시장으로 눈을 다시 돌리는 모습이다. 현재 3조원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지속적으로 주식매입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시설투자 감소로 인해 자금이 넉넉한 일부 대기업들도 주식형 수익증권을 몇십억원 단위로 매입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최근 투신, 뮤추얼펀드 중심의 기관화장세가 펼쳐지며 지수가 급등하고 있는데 이같은 추세에 가계와 기업 및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재구성은 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금리 채권투자에만 안주하며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던 국민연금 등 정부 출자기관들도 주식시장이 달음박질치자 주식상품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한국통신 상장즉시 내다판 매각대금 5,200억원 가운데 남아있는 자금 3,500억원을 앞으로 주식매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이중 일부분을 인기를 모으고 있는 뮤추얼펀드 등 간접주식투자상품에도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金鏡信) 이사는 『은행 예금금리가 속속 내려가면서 이른바 직접 체감하는 초저금리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계는 물론이고 금융기관, 심지어 정부마저도 자산운용을 달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그중에서 수익률이 월등한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불가피한 추세』라고 말했다. 가계를 포함한 3개 경제주체가 일제히 자산운용의 초첨을 주식상품에 맞추는 이유는 우선 국내 주식시장이 바닥을 지나 확실하게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때문으로 풀이된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 1년동안의 강력한 구조조정노력이 나라안에서 뿐만아니라 해외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어 더이상 급락은 없은 것이라는 믿음이 국내투자자는 물론 해외투자가에게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집중적인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도 강화돼 앞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어서 지금 주식비중을 높여놓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다급함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세중(金世中) 책임조사역은 『정부가 금리하향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는데다 돌발악재가 없는 한 주식시장이 추가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투자주체들의 포트폴리오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김종창(金鍾昶)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은 『증시상승이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연결고리이기는 하나 지나친 단기 급등과 과열이 있다면 후유증도 있다』고 지적하고 『증시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느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훈 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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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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