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12일] 외밭에서 신발끈 매는 서울시

지난 4일 서울시는 다소 '이상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서남ㆍ동북권르네상스로 지역균형발전 가시화'라는 거창한 제목이 달린 이 보도자료에는 지하철9호선 개통(2009년7월) 북서울숲 개장(2009년 10월) 등 이미 알려진 계획만 가득했다. 자료를 내놓은 이유를 묻자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새로운 내용은 없다"며 "지난 사업을 정리하고 알리는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시 치적사업을 홍보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2일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연한 완화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40년인 재건축 연한을 줄일 수 있는지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는 서울시의회가 발의한 이 같은 내용의 도정법 개정안에 지난 1년여 간 꾸준하고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시의 미묘한 입장 변화 배경에 대해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시 입장에서는 재건축 연한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여주는 게 중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의 '재건축 연한 10년 축소안'을 염두에 두지 않았겠냐는 설명이다. 물론 시는 "재건축 연한 완화가 합리적일지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보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원구나 양천구 목동 일대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미 '규제 완화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연봉 7,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입주를 제한하겠다는 발표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시는 그동안 시프트에 소득 제한을 두면 중대형 아파트를 짓기 어렵고 저소득자만 입주하게 돼 임대아파트처럼 슬럼화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막상 선거를 앞두고는 슬그머니 고소득자 입주를 까다롭게 하겠다며 시프트 정책의 틀을 흔들고 나섰다. 역시 서민층의 '표'를 의식한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외밭에서 신발끈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기자의 걱정이 기우(杞憂)에 그치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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